[2020 증시리뷰③] 사기로 번진 사모펀드 사태...금융사 넘어 정치권 로비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2.23 08:13

옵티머스

▲옵티머스자산운용 로비.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올해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증권사·은행은 물론 금융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처분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 옵티머스·젠투파트너스·알펜루트·팝펀딩·디스커버리펀드 등 환매중단이 줄지어 터졌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는 숱한 피해자를 만들어냈고, 정치권 로비 의혹까지 흘러나오면서 금융사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올해는 라임 사태에 대한 제재심 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라임자산운용은 설립 초기 수익률 높은 펀드를 운용하는 것으로 인기를 얻었고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펀드 규모도 급성장 했다. 하지만 펀드상품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라임은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부실 펀드 돌려막기를 하는 등 총 1조 6000억 원대에 달하는 피해를 일으켰다.

올해 환매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는 설계 단계부터 사기로 드러났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이고 가입을 유도한 후,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와 비상장 부동산 개발 기업 인수 ·부실 펀드 돌려막기 등에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사용해 총 5000억원 수준의 피해를 입혔다.

이밖에 디스커버리, 알펜루트, 젠투, 팝펀딩, 헤리티지, 호주 부동산펀드도 환매 중단이 됐는데, 이들의 환매 중단 원인은 부실 운용, 자산가치 하락, 깜깜이 투자 등이다.

문제가 된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은행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내부통제 부실과 불완전 판매를 자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를 판매한 신한·KB증권·대신증권 등 3곳의 증권사에 대해 세 차례에 걸친 제재심을 진행, 기관징계와 CEO(최고경영자) 중징계 등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 현재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심의·의결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관징계와 증권사 CEO의 중징계의 경우 금융위 정례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야만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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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 사진제공=김봉현 전 회장 변호인)

이같은 사모펀드 사태는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도 이어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에서 현직 검사, 여야 정치인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다.

정영제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업과 관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등 불법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과 공모해 지난 2017년 6월~2018년 3월 펀드 투자금을 국채와 시중 은행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이나 정부 산하기관의 확정 매출채권 등에 투자할 것처럼 피해자인 전파진흥원을 기망해 약 1060억원 상당의 기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7년 5월~2018년 4월 전파진흥원 기금을 옵티머스의 펀드 투자금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청탁 내지 알선 명목으로 화장품 제조업체 고문인 유모 씨로부터 1억 4400만 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의 사모펀드 불신이 깊어지자 사모펀드 설정액도 반토막이 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신규 사모펀드 설정원본은 58조5348억원으로 지난해(110조6288억원)과 비교해 50% 가까이 줄었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매년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왔는데, 올해는 2016년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말 사모펀드 개인 투자자 판매잔고는 23조9226억원에서 현재 18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또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 대상 펀드 분쟁민원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펀드 유형 민원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9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건 보다 대폭 증가했다.

사모펀드 수탁사를 맡는 시중은행도 수탁업무를 거부하기까지 이르렀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은행권 펀드 수탁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사모펀드 수탁계약은 지난해 3분기까지 4603건이었지만, 올해는 1881건으로 60%가량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지난해 월평균 77건의 수탁계약을 체결한 KB국민은행의 평균 계약 건수는 18건으로 76.6% 줄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해 각각 126건, 123건에서 57건, 70건으로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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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사모펀드 후폭풍은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 은행 5곳(우리·신한·기업·산업·부산)의 제재심의위원회를 늦어도 내년 3월 계최할 예정이다. 또 디스커버리운용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과 디스커버리펀드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를 모두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도 내년 1월 진행한다. 독일 헤리티지펀드에 대한 제재심은 내년 2분기 중에 개최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서는 현재 계약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검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분기 중 분쟁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독일 헤리티지펀드와 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해서도 판매 금융사가 사후정산 방식에 동의할 경우, 2분기 중 분쟁조정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피해 투자자를 구제할 분쟁조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애초 펀드는 환매나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손해배상을 할 수 있으나 금감원은 판매사와 사전 합의를 거쳐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분쟁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추정 손해액 기준으로 피해자들에게 우선 배상하고 추가 회수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대부분의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 가능성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법률검토와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1분기 중 분쟁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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