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 인터뷰] 윤순진 "기후변화 대응, 이제 경제·생존 문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1.01 00:00
대담=구동본 에너지환경부장(부국장), 정리·사진=이원희 기자

윤순진 교수 3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후변화 대응, 이제 기상문제를 넘어 경제·생존 문제입니다"

윤순진(53)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는 지난달 14일 에너지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윤 교수는 최근 맡은 환경부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및 전력정책심의회 위원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위원과 에너지산업분과 전문위원 등을 지내면서 정부의 에너지정책 수립에도 참여했다.

윤 교수는 "탄소 중립, 이미 우리는 세계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지금이라도 따라가지 않으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면서 "현재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감축이라는 정부의 2030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에 대한 환경 규제 문제와 관련 "탄소 중립이 기업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도태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 일문일답.

―최근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셨는데 소감과 각오는.

▲이번에 새로 출범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10기다.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구상하는 제 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심의하는 게 저희가 해야 할 기본 역할이다. 10기 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에 예비 심사를 한 번 하기도 했지만 수정해야 할 지표들을 손 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표적인 예로 4차 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 탄소중립을 명확하게 담고 있지는 않다. 위원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앞으로 임기 동안 계속해서 논의하면서 수정 보완할 계획이다.

이 위원회가 원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였다. 2007년 8월에 공포되어 2008년 2월에 발효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 따라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이름이 바뀌면서 확실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지속가능발전법을 대체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녹색성장위원회가 생기면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였던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환경부 소관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격하됐다. 이런 상황이기에 지속위에서 지속가능발전 기본 계획을 심의를 하면 그게 끝이 아니고 녹색성장위원회로 올라가서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저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본위원회와 그 아래 분야별 전문위원회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지속가능발전기본법 제정에 기여한 4기 때 최연소 본위원이었다. 그래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 애정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지속위는 출범 이후 시민사회와 기업이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숙의적 거버넌스 기구로서 참여정부의 지속위는 갈등 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발효된 지 1년 만에 폐기되고 지속위의 지위가 환경부 소관 기구로 위상이 격하되면서 권한과 기능 또한 축소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은 경제, 환경,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환경부로서는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지속가능발전 관련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국무총리 산하가 되든 대통령 산하가 되든 부처간에 걸친 일들을 추진하거나 부처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위상이 올라가야 한다. 지속위의 위상 회복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였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야당 반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현재 입법을 추진 중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 약칭 그린뉴딜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기존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은 폐기될 것이다. 개념상 지속가능발전이 녹색성장보다 상위 개념이고 2015년 이후부터 유엔의 권고에 따라 전 세계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만큼 현재 녹색위가 지속위보다 상위에 설치되어 활동하는 이런 불합리는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전 세계 흐름과에 부합한다.

―탄소중립위원회 설립이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사라지는 것 아니냐.

▲그럴 수도 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현행 지속가능발전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현재로서는 이 위원회가 없다면 20년 장기 계획으로서 5년 단위로 수립토록 된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을 만들 수 없다. 거론되고 있는 탄소중립위원회와 기능이 유사하거나 겹치는 거버넌스 기구가 여럿이다. 환경부의 지속위 외에도 대통령 자문 국가기후환경회회, 국무총리실 소속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녹색성장위원회에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까지 설립되면 너무 많다. 이번 참에 합할 건 합하고 나눌 건 나눠서 역할을 배정하고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는데 그간 활동에서 보람과 성과는.

▲재단에서 비상임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의 전신인 원자력문화재단은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서 균형 잡혔다고 보기 어려운 정보를 유통했다. 원자력에 대해서 긍정적인 측면만 말하고 부정적 측면은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원전 사고 경각심이 높아져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에너지와 관련된 균형 잡힌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연구결과와 여론조사결과도 제공하고 잘못된 에너지 뉴스와 관련된 팩트체크도 한다. 지난 여름 장마 때 태양광 발전소 때문에 산사태가 많이 일어났다는 뉴스에 대해 팩트체크를 했다. 실제로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중 피해 시절은 0.1% 정도밖에 안되었다. 전체 산사태 발생 지역으로 따져도 1%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산지 태양광 시설 건설 시 경사각을 기존 25도에서 15도로 엄격히 적용하는 걸로 변경했는데 언론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잘 전하지 않는다. 그래서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서는 소위 가짜뉴스에 대해 사실확인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또한 온라인 에너지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데 지역에서 에너지 관련 교재로 많이 쓰인다.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을 열기도 하고 책을 제작하기도 한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해서 매일 아침 에너지 뉴스자료(E2U)도 보내주기도 한다.

에너지는 일상적인 삶에 필수재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에 대해, 에너지가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인식을 잘 못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확한 정보를 얻도록 재단에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너무 적다. 재단의 연간 총 예산이 39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건비만 거의 60%에 달하는 23억 원이 나가기 때문에 사업운영비가 별로 없다. 하는 일은 많은데 예산이 부족하다. 원자력문화재단보다 역할이 더 커졌는데 예산은 오히려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는 정부 홍보 예산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일괄적으로 20% 줄였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국민이 모른다.

―글로벌 기후환경 변화 대응 움직임은 어떤가.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총회에서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국제사회는 2015년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해서 산업혁명 때보다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하자고 약속하면서 1.5도가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 IPCC에 분석 요청을 한 적이 있다. 분석 결과는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 0)를 하고 2030년까지 2010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1.5도 목표 달성은 과학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정치다. 정치지도자가 의지를 가져야 하고 기업과 일반시민도 참여해서 실천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기후변화 대응이 왜 지금 시점에서 꼭 해야 하는가?

▲너무 긴급하고 심각해서다. 우리나라도 올해 54일간에 걸친 최장의 장마를 경험했다. 태풍도 여러 차례 왔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니 전 세계가 경제를 예전처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 일어났다. RE100이라고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자는 캠페인을 2014년 시작했는데 참여 기업 수가 현재 284개까지 늘어났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더 이상 재생에너지가 아니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자기들뿐 아니라 부품조달업체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유럽이나 미국 시장을 놓치면 안 된다. 삼성이나 LG도 RE100을 요구받고 있다. 시간이 없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상문제를 넘어 경제, 생존 문제가 되었다.

― 아직도 먹고 사는 게 우선이고 환경은 사치라는 인식도 있지 않나.

▲영국은 2030년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고 북유럽에서는 2025년, 2030년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기한을 선언하는 국가도 생기고 있다. 지금 당장은 팔 수 있지만 미래가 없는 것이다. 기업만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일자리도 문제다. 지금부터 체질 개선을 해야 충격이 덜하다. 금융회사들이 투자의 기본 기준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맞추고 있어 ESG에 맞지 않은 기업활동은 투자를 안 하겠다고 한다. 탈탄소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미 일어나는 건데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환경이 사치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가 된 거다.

―기업 입장에서 환경문제를 규제로 보는 시각도 많은데

▲RE100은 민간의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중소기업은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해 정부로서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하는 건 이제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엄청난 신호라고 본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늦다고 질책하지만 정부는 이행에 책임을 져야 하기에 시민단체가 원하는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 민주사회는 다수의 찬성이 필요해 국민의 공감대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처럼 에너지 정보를 국민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먼저 신호를 주고 국민에게 움직이자고 제안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후대응을 잘하고 있는가.

▲2017년에 비하면 올해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다. 코로나 영향이 크다.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 때 다시 온실가스 배출이 반등하면 안 된다. 올해 추세를 이어가야 한다. 저먼워키(German Watch)란 국제단체가 발표하는 기후변화 대응 지수라는 게 있는데 이미 발표된 우리나라의 2021년 기후변화 대응지수 순위는 53등으로 올해 58등보다는 올라갔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받는다. 모든 국가가 한국과 똑같이 감축 목표를 잡으면 전 세계 기온은 3∼4도 올라간다. 우리나라가 기후악당 4개국에 들어간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으로 설정했던 2030년 목표를 절대량 기준으로 2017년 대비 24.4% 줄인다고 했다. 하지만 IPCC에서는 2030년까지 45%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당장 10년 뒤인 2030년 목표를 좀 더 상향할 필요가 있다.

―통상 경제성장을 하면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데 경제성장과 탄소배출 감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나.

▲그래서 디커플링(decoupling), 우리말로 탈동조화란 말이 있다. 경제성장과 탄소배출을 분리할 수 있다는 거다. 이제 더 이상 탄소를 배출하는 성장은 허용될 수 없다. 독일과 영국은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해왔다.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더 있다. 대전환의 시대에서 오히려 잘하면 앞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저는 학자로서 성장의 가치를 다시 되돌아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사회계층 간 격차가 커지는 데 성장률만 올라간다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경제성장률은 올라가도 불평등 지수가 올라가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 업적이 성장률로 평가돼 정부는 성장률을 포기할 수 없지만 일반 시민이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 이제는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순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 산업구조로 봐 탄소중립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더 이상 성급하다는 말이 나올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뒤처져 있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격차를 줄이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30년 전만 해도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거의 모두가 자가용을 갖고 있다. 30년이라는 시간은 큰 변화를 가져온다. 과학기술은 더 빠르게 변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혁신이 중요했다. 진단키트를 우리나라가 빨리 제작해서 전 세계로 보급했다. 드라이브 쓰루, 워크 쓰루란 방식도 고안했고 생활치료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재택근무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재택근무가 일상화가 됐다. 온라인 회의도 이제는 자연스럽다. 단절과 파격은 가능하다.

―산업계에선 코로나 등으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려면 산업 활동의 주체인 기업 활력을 북돋워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포터가설이라는 게 있다. 규제를 하면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술발전으로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가설이다. 기업이 규제라고 생각하는 게 기후위기 상황에서 예전에는 지불하지 않던 탄소배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규제가 기술발전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로 기업들이 탄소배출 저감을 하느라 경영 효율화를 이룩해 경영성과가 오히려 올라갔다는 경제학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포터가설이 아직은 가설이지만 지지하는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규제도 직접 규제가 아니라 간접 규제, 경제 유인적 규제가 대부분이다. 환경 질을 개선한 만큼 돈을 더 벌 수 있다. 투자자들이 ESG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EGS를 추구하면 주식가치도 올라간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로 아직 갈 길이 먼데 선진국들이 이끌고 있는 환경표준에 편입될 경우 경제력 격차가 벌어지고 환경 관련 기술 종속도 심화할 것이란 우려 분위기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기술은 이미 세계적이다. 태양광의 경우 양산 기술은 중국이 앞서 있지만 고급 기술은 한국이 우세하다.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어 성장 가능성도 높다. 풍력발전은 모터나 블레이드가 중요해서 아직 관련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하지만 기둥은 씨에스윈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삼강엠앤티가 각각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인정하면 관련 기술개발은 가야 할 길이다. 배터리 기술도 세계최고다. 탄소중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부문이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탄소 중립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최대 얼마를 하도록 하겠다고 가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경로가 가능한지 시나리오 분석을 해야 한다. 아예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을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탈석탄, 탈원전을 하면 결국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분석이다. LNG 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 덜하지만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탄소중립을 위해선 탈원전 정책의 궤도수정 또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

▲탈석탄 탈원전 불가능하지 않다. 안가도 되는 길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이 중요하다. 기상예측 기술이 발전하면 전력 수요와 공급이 예측 가능하다. 기상예보 기술 발전이 전력 운영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력 수요도 기상에 영향을 받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수록 전력 공급도 기상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과 같은 경직성 전원을 유지하는 건 재생에너지가 늘수록 계통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 있어서 시간과 기상조건에 따라서 공급량이 달라지고 전력 수요도 달라지는데 원전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계속 일정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이 늘 때 계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전력망에서 받아줄 수 있는 양을 넘어서서 전력이 생산되면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원자력이 줄고 재생에너지가 느는 게 계통연계에 부담을 덜 준다. 다만 재생에너지는 유연하고 변동성이 커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중요하다. 수요 관리도 중요하다. 낭비되는 에너지만 줄여도 발전기를 많이 끌 수 있다.

전기 요금도 전력 공급과 수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시간대별로 계절별로 수요와 공급이 다른 상황인데도 전기요금을 똑같이 낸다. 에너지에서는 비자본주의다. 게다가 지금의 요금은 환경오염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탄소배출하는 정도에 따라 요금이 반영돼야 하고 일반시민도 이를 지불할 용의를 가져야 한다. 이제 연료비와 연동해서 전기요금을 정하기로 했지만 사회환경비용을 출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더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탈원전으로 인한 요금 인상이 없다고 말했는데.

▲사람들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탈원전 때문에 요금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기후위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단가는 비용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아 싼 것처럼 보이는 거다. 원자력 사고가 났을 때 대비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불하는 비용으로 불과 5000억 원만 책정해놓았다. 그게 기준이 돼서 보험료를 내는데 일본정부에서는 원자력비용정산위원회에서 사고 피해요금을 800조 원으로 잡았다. 만약 피해비용을 800조 원으로 가정하면 보험료가 엄청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인위적으로 원자력 발전단가를 낮춰놓고 있다. 외국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이 없어서 줄이고 있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탈원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원자력 발전소를 가진 나라 중 탈원전을 해도 갈등이 심하지 않은 나라들이 있다. 대만이 그런데 대만은 자체적인 원자력 발전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서 일본기업이 원전을 건설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를 국내기업이 지었고 원자력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원자력 발전소 해체나 폐기물 처리나 방사선 기술 등 다른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으면 좋겠다. 미국 핵공학계는 방사선 기술 개발로 전환했다. 해체나 폐로 기술은 미국, 독일, 일본정도만 갖고 있어 기회가 있다.

-탈원전과 친원전 극단에서 소통 창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통의 공간이 있으면 좋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문제라든가 원전안전에 대해 친원전론자들의 답을 듣고 싶다. 일본에서는 체르노빌 원전사도 당시 자기들이랑 노형이 달라서 걱정이 없다고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우리나라 원자핵공학자들이나 원전산업계에선 일본이랑 우리랑 노형이 달라서 괜찮다고 했다. 너무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원전사고는 노형문제가 아니다. 원전기술이 위험을 항상 내재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인간은 어떤 기술도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겸손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사고가 나도 피해가 한정적이지만 원전은 엄청난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최근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문재인 정부 권력의 산실이란 말이 나온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등이 이 대학원 출신인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분들은 제가 속한 환경관리 전공이 아니라 도시 및 지역계획학 전공이다. 외부에서 볼 때는 서울환경대학원이 다 환경 전공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도시 및 지역계획과가 제일 크다. 환경대학원은 정부부처로 치자면 국토부랑 환경부가 공존하는 기관이다.

―신설 예정인 산업부 에너지 전담 차관 자리를 외부에서 맡게 된다면 1순위 후보라는 얘기도 있는데.

▲신문 기사보고 깜짝 놀랐는데 한 번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 그곳에 나가려고 하는 사람도 아니다. 학자로서 에너지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박사학위 받고 귀국한 이래 계속해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 생각해서 배운 내용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 윤순진 교수 프로필

▲1967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델라웨어대 도시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 델라웨어대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 ▲2001년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2003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에너지산업전문위원회 전문위원 ▲2003년 산업자원부 전력정책심의회 위원 ▲2006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위원 ▲2005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 ▲2007년 풀뿌리 시민단체 에너지전환 대표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017년 한국기후변화학회 부회장 ▲2017년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회 위원장 ▲2018년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장 ▲2018년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2020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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