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참여 이익공유 모델…재생에너지 확대 날개 단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윤지 기자] 강원 태백시 가덕산 풍력발전단지가 최근 국내 최초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단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주민이 사업에 참여해 지역사회가 전기 판매이익을 공유하는 선진국형 풍력사업 모델이다. 이 모델의 사업방식은 정부의 한국판 그린뉴딜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새해는 에너지 대전환이 예고됐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이에 오는 5월 공식 준공하는 풍력발전단지가 신재생에너지사업의 가이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발 1200m 높이의 가덕산에 자리잡은 이 단지의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 12기가 태백산과 동해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신년을 앞두고 세밑에 이 단지 현장을 다녀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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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산풍력발전단지 전경. 사진=코오롱글로벌 |
"산 정상의 바람은 초당 4∼14m로 풍력발전단지 설치 최적 조건인 초당 6∼8m보다 셉니다. 그만큼 바람이 세고 풍력발전 효율이 높다는 뜻입니다."
강원 태백시 원동 산13-1, 산97 일원의 9만752㎡ 강원 도유림, 해발 1200m 가덕산에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 12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강원도와 한국동서발전, 코오롱글로벌, 동성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강원 태백시 가덕산 풍력발전단지가 바로 그곳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서울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여 떨어진 거리에 있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약 3시간 30분간 버스를 타고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차를 타고 20∼30분을 더 이동해야 가덕산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태백행 버스는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로 가는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강원 정선의 고한사북 공용 버스터미널(신고한 터미널)을 경유한다.
가덕산 입구에는 가덕산풍력발전단지 사무실이 마련돼 있다. 그 사무실에서 차로 다시 20여 분, 해발 300m 가파른 경사길을 더 올라간 끝에 웅장한 태백 가덕산풍력발전단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당초 인도로 나 있던 길은 단지를 조성하면서 다소 확장됐으나 여전히 편도만 가능하며 노면이 울퉁불퉁하고 경사도가 높아 4륜구동차 아니면 오르기 어렵다. 이창호 가덕산풍력발전단지 소장은 "오르막 경사도가 높아 구불구불 돌아서 오를 수 있도록 길이 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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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산풍력발전단지 오르는 길. 사진=코오롱글로벌 |
폭설이 오면 가로막히는 곳. 이 소장은 "한겨울 기온은 단지 정상의 경우 태백시보다 약 2~3도 낮고 체감기온으로는 약 5도 정도 낮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겨울 태백시는 낮 기온도 영하 10도에 머무를 만큼 추운 것으로 유명하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바람도 강하고 매섭다. 강한 바람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안 되지만 풍력발전에는 제격이다. 이 소장은 "단지 정상의 바람은 초당 4~14m 정도로 풍력발전단지 설치 최적 조건인 연간 평균 초당 6~8m보다 세다"며 "고지대에 있으니 그만큼 바람이 세고 풍력발전의 효율이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태백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개요 | |
위치 | 강원도 태백시 원동 산13-1, 산97 일원(도유림), 9만752㎡ |
설비용량 | 43.2㎿(3.6㎿12기) |
총사업비 | 1250억 원 |
사업기간 | 2018. 11.~2021. 5.(12월 기준 공정률 약 94%) |
사업방식 | 민관공동개발(SPC) 설립구성 : 강원도(37.8%), 한국동서발전(37.8%), 코오롱글로벌(22.2%), 동성(2.2%), 주민 |
상업운전 | 부분상업운전 개시(2020.09.), 전체상업운전(2020.11.) |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3단계에 걸쳐 총 발전설비용량 기준 국내 최대규모인 110㎿급 산악 관광형 단지(Wind Farm)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1단계 사업(43.2MW)은 새해 5월 공식 준공한다. 지난 2018년 12월 착공한 뒤 지난해 9월 부분 상업운전을 개시한 데 이어 11월부터 전면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1단계 사업 준공에 앞서 국내 최초 345KW 민자 변전소도 준공, 사업기반을 마련했다. 2단계 사업(21MW)은 오는 2022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3단계 사업은 현재 사업타당성을 조사 중이며 약 43㎿급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동서발전 측은 "3단계까지 사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강원도 지역 약 9만 가구에 녹색 친환경 전기를 공급하고 연간 10만5000여톤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며 "지구를 살리면서 주민 소득도 올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착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1단계 사업은 강원도(37.8%)와 동서발전(37.8%)이 공동 최대주주이고 시공 등을 맡은 코오롱글로벌(22.2%), 동성(2.2%)과 주민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됐다. 1단계 사업 현장엔 3.6MW급 풍력발전기 12기가 설치됐다. 이 발전기는 2018년 사업 착공 당시 대용량 국산 풍력발전기가 개발되지 않아 외국산으로 조달됐다. 2단계 사업에선 국책과제로 개발된 4.2MW급 국산 풍력발전기 5기가 도입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으로 가덕산 풍력단지에서 생산되는 녹색 친환경 전기는 약 3만6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는 강원도 전체 전력수요의 3.5%에 해당한다.
육상풍력 발전단지로는 보기 드문 이 사업이 특히 다른 풍력발전단지와 차별화해 눈길을 끄는 점은 주민참여형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추진 주체는 동서발전과 강원도가 공동 최대주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태백 가덕산풍력발전(주)이다.
그러나 인근지역 주민들도 별도 마을기업을 설립해서 참여하고 있다. 주민들은 1단계 총 사업비 1250억원 중 50억원을 투자한다. 사업 투자 비중이 전체 4%에 불과하지만 주민의 이 만한 투자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찾기 어렵다. 투자는 고사하고 주민들의 반대만 없어도 다행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풍력 시장잠재량은 39GW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서 풍력발전의 역할이 막중하지만 주민수용성 문제에 부딪히며 기약없이 지연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재생에너지 주민참여형 사업의 장점은 지역사회 수용성을 확보해 사업추진의 최대 걸림돌인 주민들과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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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산풍력발전단지 발전기. 사진=코오롱글로벌 |
이 사업의 주민 참여 방식은 ‘태백시민펀드’(17억원) 투자와 정부의 ‘국민주주프로젝트’(33억원) 등 두 가지다. 태백시민펀드는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업체로 신재생에너지분야 전문 플랫폼 ‘루트에너지’가 주관했다. 국민주주프로젝트는 정부가 3MW 이상 풍력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자금(총 사업비의 4% 이내)의 최대 90%까지 20년 거치 장기 저리(분기별 변동금리 1.75%)로 융자 지원하는 사업이다. 동서발전측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이 단지에서 생산되는 깨끗한 전기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20년간 약 8%의 보증금리를 적용받아 최근 시중금리(1∼2%대)의 무려 7배 정도의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서발전은 이 풍력발전단지 구조물을 관광자원화할 경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덕산 풍력단지 내 옹벽을 최소화 하고, 비탈면을 녹생토로 시공하는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력단지 건설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