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 성공을 위한 조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12.30 13:08
최승국

▲최승국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장


인류역사에 대전환점을 맞이할 두 가지 사건과 함께 2020년이 저물고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하나는 전체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이며, 다른 하나는 한국정부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다. 두 사안은 모두 현재까지 우리가 누려왔던 인류문명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그린뉴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그린뉴딜, 그리고 탄소중립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를 비롯한 환경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감염병에 직면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기후위기가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감염병이 언제든 우리를 덮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고민하던 한국 정부는 전 세계의 흐름에 맞게 그린뉴딜로 방향을 선회하는 큰 결단을 하였으며, 마침내 멀게만 여겨졌던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린뉴딜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길이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방법이며, 그 길의 종착점에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2021년 한국사회는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의 출발점에 서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린뉴딜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와 탄소중립을 달성해 가는 방법에 있다. 굳이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30년 뒤에 달성할 탄소중립의 목표는 단계별로 구체적이며, 실현가능한 정책과 수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이에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을 위해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맞게 장기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과 탄소중립 내용을 보면, 대부분 계획은 2025년까지만 있고 그 이후에는 정책방향만 나열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2025년까지 계획 또한 그린뉴딜을 위해 새로 마련한 정책이라기보다 기존의 정책들을 전부 모아놓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을 통합적으로 고려하여 2050년 목표에 맞게 장기계획과 단계별 추진 전략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경제구조는 물론이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문명의 대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제시된 그린뉴딜 정책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판뉴딜 정책에 그린뉴딜 정책을 포함시킨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채 여전히 인간중심적이고 개발지향적인 정책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다른 정부정책과 통합성이 고려되지 않아 많은 정책들은 여전히 탄소중립을 지향하기보다 경제성장을 중심에 놓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도 새로 건설되고 있고, 그나마 부족한 그린벨트마저 헐어서 수도권에 집을 짓겠다는 정책이 그린뉴딜 정책과 병행하여 추진되고 있다.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에 대한 근본적 성찰도 찾아보기 어렵다. 차량이용을 줄이지 않고, 내연기관차를 수소차와 전기차로 바꾼다고 해서 에너지사용이 근본적으로 줄지 않는다. 코로나19 극복과 탄소중립 사회는 현재와 같은 성장지향과 개발중심의 경제체제를 고집하는 한, 기술적 변화만으로는 결코 달성되지 않는다.

셋째,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정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핵심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들 정책은 시민참여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함에도, 정부에서 제시한 그린뉴딜에는 시민참여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시민참여를 통해 에너지시민성을 강화하고, 스스로 에너지 절감과 재생에너지생산에 동참하며, 조금은 불편하거나 또는 비용이 더 들더라도 에너지전환의 길에 함께할 때 탄소중립 사회는 우리 곁에 부쩍 가까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론과 정치권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두 정책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동참이 꼭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