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회장, 취임 후 보험, 증권 등 M&A 광폭행보
보험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해외 M&A 기회 모색
신한금융, 올해도 생보사-자산운용사 인수 가능성
‘급할 건 없다’...시너지, 가격, 규모 등 종합적 고려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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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리딩금융 투톱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상반된 전략을 내놓으면서 향후 1등 금융그룹 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 회장 취임 이후 증권, 보험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M&A 시장에서 광폭행보를 보인 만큼 올해는 공격적으로 M&A를 단행하기보다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과 신규로 편입한 계열사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신한금융지주는 아직 손해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한 만큼 M&A 시장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복안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M&A 시장에서 투트랙 전략을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해외에서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M&A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 측은 "좋은 물건이 시장에 나온다면 언제든지 M&A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KB금융의 여러 발언들을 종합했을 때 올해 국내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M&A보다는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새로운 M&A 추진보다는 최근 인수한 회사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전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M&A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윤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업영역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동남아 시장에서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영역의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추가적인 M&A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KB금융이 올해 추가적인 M&A 보다는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그간 공격적인 M&A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 이후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M&A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KB금융이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779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은 증권, 보험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우량 매물에 과감하게 베팅한 윤 회장의 혜안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올해 자회사로 신규 편입한 푸르덴셜생명의 안착과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 KB생명 등 보험 계열사 간에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부회장 직제를 신설하고 이 자리에 양종희 전 KB손해보험 대표를 선임했다. 리딩금융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은 회사들을 인수하기보다는 모든 경영진이 힘을 합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그룹의 경영전략을 가다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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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국내 주요 M&A 현황. |
반면 리딩금융을 넘어 ‘일류 금융’을 꿈꾸는 신한금융지주는 올해도 손해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을 중심으로 M&A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신한금융 역시 조용병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최근 몇 년간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광폭행보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한데 이어 부동산 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을 인수했으며, 작년 9월에는 두산그룹으로부터 네오플럭스를 인수해 17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올해도 손해보험, 자산운용사 등 우량 매물을 중심으로 꾸준히 M&A 시장을 두드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아직 손해보험사를 갖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 인수전에서 줄곧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금융이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악사(ANA)손해보험 예비입찰에서도 신한금융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조용병 회장의 경우 국내 금융지주 수장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자산운용업에 대한 이해도나 애정이 다른 지주사 CEO보다 유독 각별한 만큼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신한금융의 M&A 시장 참전 여부는 매물로 나온 금융사의 규모와 시너지 창출 여부, 가격 등에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즉 M&A 시장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말 그대로 ‘모든’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신한금융이 지난해 악사손보 인수전에 불참한 것도 양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신한금융 두 회사 모두 우량 계열사를 꾸준히 인수하면서 매년 실적이 증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우량 매물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큰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여력도 뛰어나지만, 이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정적인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갖춘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천천히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