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눈] 대중은 ‘집값 잡겠다’는 말 믿지 못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1.12 16:44

건설부동산부 권혁기 기자

요즘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가벼운 인사로 시작해 ‘주식’과 ‘집’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옆집 형님도, 윗집 어르신도, 아랫집 대학생도 주식을 한다. 오히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다. 10년 전 주식으로 손해를 보고 집의 크기를 줄여야 했던 친척이 있다면, 가족들에게 비밀로 주식을 할 정도니까.

집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집이 있는 사람은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생각하고, 집이 없는 사람은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빨리 집을 구해야 할지 고민한다.

주식이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불로소득’이지만 집은 얘기가 다르다. 주식은 없어도 살지만 의식주 중 하나인 집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인데, 그 집을 구하지 못하는 작금의 사태가 정부에 대한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권혁기

그래서 인지 요즘 풍자 만화를 보면 부동산과 관련된 게 많다. 집값이 오르면 재산이 불어나 집주인이 좋고, 중개수수료가 높으니 공인중개사도 좋고, 집을 사기 위해 연 4% 이상 대출을 받아야 하니 은행도 좋고, ‘로또 분양’이라며 완판되니 건설사도 좋고, 다주택자인 고위공직자들도 좋고, 취득세와 양도세 등 종부세로 나라 곳간도 나쁠 게 없다는 식이다.

만화는 ‘구집자’ 빼고 다 좋다며 ‘집값 잡겠다’는 말은 ‘언제 밥 한번 먹자’와 같다고 끝을 맺는다. 정부도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의 만화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과 규제들을 보면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해 아파트를 값싸게 살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세금을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 공시지가를 올리니 분양가가 더 높아졌다.

어느 한 지역의 집값이 올라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 인근 지역이 뛰었다. 극단적으로 강원도와 제주도를 뺀 전 국토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자 다시 서울과 수도권 가격이 심상치 않다.

차라리 시장 경제에 맡겼더라면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를 곳은 오르고 내릴 곳은 내리고, 여유가 있으면 비싼 아파트를 사고 없으면 눈을 낮춰 집을 구하면 됐지만 지금은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사람들한테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들이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로 들릴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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