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에 정현호 사장이 ‘임시 리더’ 역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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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미전실)해체 이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뉴삼성’으로 체제 변환을 꿈꿔왔다.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게 출발점이다. 이듬해인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삼성은 ‘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틀을 닦기 시작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은 한동안 계열사별로 현안에 대응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다만 그룹 ‘큰그림’을 그리는 데는 큰 제약이 있는 만큼 이 부회장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장이 사업지원 TF를 통해 급한 불은 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업지원 TF 역시 이 부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량과 명분 모두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사업지원 TF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미전실보다 크기가 줄었지만 사실상 역할을 계승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특검 등은 삼성의 사업지원 TF가 ‘제2의 미전실’이 아니냐는 지적을 해왔다.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 조직도 없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핵심 사안을 결정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우려한다. 일상적인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 등 굵직한 결정은 총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굵직한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여기에 역량을 쏟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그룹 현안을 챙기지 못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 관련 특검 수사에 책임을 지고 2008년 4월에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도 그룹이 위기를 맞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까지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동했지만 그 사이 미래 사업인 ‘5대 신수종 사업’ 선정이 늦어지며 일부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기회를 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