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거 LNG 시장에서는 물량이 타이트할 경우 유가상승, LNG 현물가격 급등을 보이며 장기 LNG계약의 유가연동비율도 높아졌는데 이를 판매자 중심시장으로 구분했다. 반대로 물량이 여유로운 시장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 LNG 현물가격 하락과 함께 장기 LNG계약의 유가연동비율도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시장을 구매자 중심시장으로 분류한다.
구매자 중심시장과 판매자 중심시장은 일정한 사이클을 보인다. 고유가 시기인 2011~2013년까지는 LNG 현물가격 급등과 함께 판매자 중심시장으로, 이후 저유가시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를 구매자 중심시장으로 구분하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유가와 LNG 현물가격은 2014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 이전부터 LNG 시장은 구매자 중심시장으로 초과 공급 상태를 보였다. 호주에서 많은 LNG 프로젝트 개발 및 액화플랜트 건설이 완공되면서 LNG 수출량이 증가했고,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천연가스 생산량이 증가해 LNG 물량 넘쳐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부터는 미국 본토에서 LNG 수출이 시작되고, 많은 미국 프로젝트 개발이 계획되면서 시장에서 초과 공급이 심화돼 왔다.
유가는 2014년 중반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후(2014년 8월 평균 101.94달러/Bbl)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 1월 평균 45.77달러까지 내려갔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유가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이러한 저유가 기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일 등 아시아 지역 LNG 거래가격을 나타내는 JKM지수도 움직임을 같이 한다. 2013년까지 MMbtu(천연가스 열량 단위)당 약 14~19달러 수준(2013년 1월 평균 18.26달러)을 보이던 JKM 1월 평균가격은 2014년 1월 19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구매자 중심시장에서 안정세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JKM 1월 평균가격은 MMbtu당 8.80달러, 5.79달러, 8.71달러, 10.85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공급 초과 상황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LNG 가격은 더 크게 폭락했다. 지난해 5월 말 JKM지수는 MMBtu당 2달러(5월 26일 기준 1.887달러/MMBtu) 수준까지 내려갔으며, 지역 천연가스 선물가격(NBP)도 MMBtu당 최저 1.059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구매자 중심시장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전문가들은 2023~2024년경에는 LNG가 고가로 전환되는 판매자 중심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올 1월 JKM지수는 일시적으로 MMBtu당 32.494달러까지 치솟았다. 아시아 지역에 몰아친 한파에 따른 LNG 수요 폭증 탓이다. 2014년 이후 5~10달러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1월 JKM지수가 올해 최소 3~6배 수준 폭등했다.
기온변화에 따른 영향이 국지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날씨 변화는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LNG 수급 비상 상황 시 인접국가와 빈번하게 추진해 온 LNG 물량 스왑이 올해는 불가능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가스 수요가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러시아 노바텍은 LNG 수출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2030년경 LNG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국내 LNG 수요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수소 사용을 확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소는 대부분 LNG를 연료로 생산한다.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석탄발전 30기 중 24기를 LNG 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한파, 그에 따른 LNG 수요 또한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막바지 구매자 중심시장에서 ‘구매자’로서의 우리의 선택이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구매자 시장에서조차도 단 한 번도 완벽히 구매자가 중심이었던 시장은 없다"라고 일갈하는 한 전문가의 말을 곱씹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