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
태양광 산업 구조가 대규모 발전소 중심으로 짜여지고 부품 공급 및 시공 일감도 대형 업체에 쏠리면서 태양광 산업에 그늘이 지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태양광 발전업체의 수입규모는 2년 만에 반 토막이 됐고 부품업체 수는 5년간 23% 감소했다. 시공업체는 규제 등으로 사업범위가 축소된 상태다. 이에 업계는 국회에서 법으로 중소태양광 업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나섰다.
▲2018년 12월 부터 지난해 11월까지 SMP+REC 가격 변화 추이. |
태양광 발전 전력 거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제(RPS)에 따라 발전 공기업 등이 입찰을 통해 20년 장기 고정계약을 맺고 태양광 발전 전력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이 장기 고정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태양광 발전 전력은 전력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현물 거래하는 가격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현물 거래 계약 수익은 전력 도매시장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에 보조금 성격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을 얹어준 것으로 나타난다. SMP와 REC 가격은 모두 전력, 또는 REC 거래 시장 가격으로 정해진다. 지난 2018년 12월 SMP 가격은 kWh당 110원, REC 가격은 kWh당 79원으로 총 발전 수익은 kWh당 189원이다. 반면 지난해 발전 수익이 최저였던 11월 SMP 가격은 kWh당 49원, REC 가격은 kWh당 35원으로 총 발전 수익은 1kWh당 84원이다. 태양광 발전 전력의 현물시장 판매 가격이 2년 만에 55% 하락한 것이다.
설비용량 990kW의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면 한 해 예상되는 발전량은 126만4725kWh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가격 기준으로 한 해 예상수익은 1억623만원이 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태양광 부지 가격을 제외한 990kW급 태양광 설비 가격은 약 15억원이다. 지난해 11월 한 해 예상수익으로는 시설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만 14.1년이 걸리는 것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 REC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REC 가격이 하락하고 전력수요 감소로 SMP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발전업자의 경우 현물계약이 아닌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해 20년 동안 같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소발전업자는 고정가격계약 입찰 경쟁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고정가격계약 입찰 시 가점을 부여하는 탄소인증제가 지난해 도입되면서 기존 중소발전업자들이 계약 체결에서 불리해진 것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태양광 모듈을 구입한 신규 발전업자들은 고정가격계약 시장에서 100점 만점 중 9점을 더 받아 계약 체결에서 훨씬 유리하다. 중소발전업자는 가격이 불안정한 현물시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 발전사업자는 "태양광 투자비 회수에만 15년 가까이 걸리면 누가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나서겠냐"고 항변했다. 특히 노후 대비로 태양광 발전사업을 시작하는 사업자도 있어 15년이라는 기간은 매우 길다고 지적했다.
▲전남 영광 태양광 발전단지 전경. |
지난 2018년 임야에 설치하는 태양광 경사도 규제가 강화되고 REC 가중치가 1.0에서 0.7로 축소됐다. 현행 제도 상 임야에 설치하는 태양광은 임야에 사용허가 기간 20년이 끝나면 산림을 복구해야 한다. 태양광 시공업체로선 이런 규제로 더는 임야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하지만 평지 태양광 사업도 만만치는 않다. 지방자치단체는 태양광 설치에 제각각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도로나 주거지역, 관광지역과 거리 1000M 이내 구간에는 태양광을 설치 못 하도록 하는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자체가 이격거리를 최대 100M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설사 지자체 규제가 없어도 주민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다. 지자체는 주민 민원이 심하다며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허가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도시에 짓는 태양광은 엄두도 못 낸다. 도시에 건설하는 태양광은 집값이 하락한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가 더 심하다. 수서역 태양광 발전소는 2년 전 부지 임대 계약을 맺었지만 지자체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아 아직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민원과 지자체 규제를 피해 태양광 시공업체가 선택한 대안은 공장 지붕형 태양광과 대규모 집적단지다. 공장과 대규모 집적단지는 주민들이 없는 곳에 주로 위치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도 민원을 받을 일이 크게 없다.
다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공장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할 때 공장주가 주로 대출을 받아서 태양광을 설치한다. 한 태양광시공업체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하면 공장주에게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며 "공장 지붕형 태양광이 민원 측면에서 그나마 낫긴 하지만 사업을 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대규모 집적단지는 중소업체가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남 영광 태양광 단지나 전북 새만금 수상태양광 단지와 같이 100MW가 넘는 태양광 사업은 공기업이 주로 사업을 진행하며 시공도 대규모라 시공업체 선발에서 대기업이 유리하다.
이 사업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이 중소 시공업체가 사업하기 점점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 간 태양광 부품업체 수와 매출액 변화 추이. |
한국에너지공단의 ‘2019년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태양광 부품업체는 127곳이었다. 하지만 2019년 이 수는 97개로 감소했다. 5년 만에 23% 감소한 것이다.
전체 매출액도 2015년 5조6781억원에서 2019년 5조138억으로 11% 감소했다. 이는 값싼 태양광 중국산 부품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내 태양광 셀 업체는 2019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지난해 탄소인증제가 도입되면서 중소부품업체는 결정타를 맞았다. 탄소인증제는 값이 싸지만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산 태양광 부품으로부터 국내 업체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중소부품업체들은 제도에서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불만이다.
태양광 부품인 모듈은 셀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중소부품업체는 저렴하지만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외국산 셀을 사용해 모듈을 만들어 탄소인증제에서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한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전태협)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탄소인증제로 1등급을 받은 모듈 가격은 와트당 360원에서 460원으로 27% 올랐지만 등급을 받지 못한 모듈은 380원에서 360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탄소인증제 1등급을 받은 업체가 혜택을 보는 구조가 된 것이다.
◇ 태양광산업에도 ‘대중소상생법’ 제안…"법으로 보호해야"
업계는 중소 태양광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홍기웅 전태협 회장은 "중소태양광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며 "중소태양광 업체들이 대기업, 공기업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대중소 태양광 상생 발전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전태협은 입법이 어렵다면 현 유통산업발전법 내용에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가 있는 것처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에도 "재생에너지 보급에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해야"라는 문구를 넣을 것도 제안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이라 하면 무조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며 "정부가 태양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나서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 태양광 사업자 보호의 필요성을 공감하나 법 개정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소 사업자의 고충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규모의경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으로 태양광 산업이 독자적인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며 "중소 상생법이 섣불리 제정되면 사업 전체가 위축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