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친환경 기조'의 역설..."최대 수혜자는 러시아·사우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5 13:19   수정 2021.02.15 14: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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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최대 수혜국으로 떠오를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탄소배출 감축 추진은 세계 주요 배출국가에 위치한 에너지기업들에게 의도치 않게 단기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선진국가들은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는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지만 석유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아직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지 않은 산유국들의 글로벌 석유시장 점유율이 공교롭게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독일 투자회사 프리밧폰즈의 예카테리나 일리우첸코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석유업체들은 투자활동을 석유탐사에서 청정에너지로 옮기고 있지만 누군가는 원유를 계속해서 생산해야 한다"며 "러시아 기업들과 사우디의 아람코가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지만 다른 주요 배출국과는 달리 에너지전환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러시아 국영 업체들은 생산 원가가 낮고, 세금도 적게 내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볼 때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투자자들은 미국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는 국가들의 석유시장 점유율을 러시아 루코일, 로스네프트, 타트네프트가 가로채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유가가 상승랠리를 이어가면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달러 기준 8% 가량 오른 반면 유럽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은 2%에 그쳤다"며 "특히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은 올 들어 달러 기준 각각 15%, 12%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등 세계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보다 퍼포먼스가 좋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출범 이후 미 연방 소유의 토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금지하고, 정부기관의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데 이어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석유 순수출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일조한 미 셰일 기업들이 앞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유럽 석유기업들의 경우 기후목표들이 제시됐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은 석유와 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저탄소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오는 2050년까지 순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 다른 세계적인 석유 대기업인 로열더치셸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달 전기차 충전회사 유비트리시티를 인수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석유기업들의 친환경 행보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알파 캐피털에서 10억 달러 가량의 자산을 운용하는 에두아르 카린은 "정부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채굴 능력을 제한할 것 같다"며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은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새로운 산업에 진입하려 하고있는데 이로 인한 수익률 또한 명확하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국영은행 VTB 캐피털도 "핵심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전문성과 이해도가 떨어지는 새로운 분야에 미래가치를 투자하는 회사에 매력을 느낄 투자자들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면 러시아가 입게될 수혜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밝힘으로써 세계 경제의 70% 가량이 이 같은 기조에 동참하게 된 셈"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판도가 석유중심에서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란 의미다.

또 많은 국제기금들은 운영하는 포트폴리오에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기업들을 제외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온라인 투자 포럼에서 탄소배출 감축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스웨덴 은행 로부르는 포럼 이후 러시아 및 동유럽 펀드에서 석유가스 기업들을 제외했다.

한편, 미국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셰일산업의 약화는 미국 에너지 독립에 악영향만 미치고 환경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미국석유협회(AIP)는 "미 연방 토지 내에서 신규 시추 중단은 환경기준이 낮은 국가들로부터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며 "탄소 배출이 적은 미국산 석유는 배출량이 높은 타지역 석유로 대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I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펜 한 자루로 미국 에너지의 밝은 미래를 거꾸로 바꾸고 있다"며 "환경규제가 적은 국가에서 생산된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길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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