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성과급 논란 '세대차이'가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5 14:49

산업부 신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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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는 우리 의식이 강한 상사들에 비해 신세대들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다. 극도의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들이 관리자의 자리에 오를 경우 과연 어떻게 조직을 운영해 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오늘 나왔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지만, 1997년 1월17일자 매일경제신문의 ‘X세대 나만 있고 우리는 없다’ 기사 일부다. 24년 전 이같은 평가를 받았던 세대가 지금은 MZ세대가 독특하다며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세대론은 서로를 이해하기 쉬운 틀이어서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한 세대는 공통적인 사회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다만 대부분의 사안은 세대론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세대론이 자주 호명될 때는 의심해야 한다. 최근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도 비슷하게 흘러갔다. 입사 4년차 직원이 사장을 포함해 전사 메일로 성과급 산정 근거에 질문을 던지며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을 두고 일각에선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문제제기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MZ세대 회사원들은 하나같이 세대에 따라서 느끼는 문제의식이 다르진 않다는 입장이었다. 일부는 자신의 신상이 노출될까봐 상당히 염려하며 ‘회사에선 눈에 튀면 끝이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잘 내고, 진취적이라는 평가와 사뭇 다르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N포세대’로 분류됐던 나이대와 겹친다.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세대론으로 환원하는 시각을 고수하면 다음 담론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성과급 논란의 담론은 한국의 복잡다단한 연봉체계로까지 뻗어나가기에 충분했다. 성과급은 낮은 기본급의 지탱 요소로써 작동하고 있다 보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는 영업이익이 늘었는데도 성과급은 전년보다 줄어드는 등 불투명한 산정방식이 더해져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좀 더 엄밀하고 보다 다양한 틀로 접근해야 한다. 종적인 틀로 볼 수 있는 88만원 세대가 담고 있던 담론은 횡적인 틀인 경제적 격차가 핵심이었다. ‘N포 세대에 정유라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마따나 같은 세대에서도 놓인 처지나 사안을 대하는 태도는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입사 4년차 직원의 돌직구에 응원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어떤 이는 ‘나댄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누군가의 경우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푸념할 것이다. 모두 MZ세대 내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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