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탈(脫)탄소, ‘최강 한파’ 통해 또 다시 한계점 드러났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7 14:19   수정 2021.02.17 17:23:49

美 폭설에 풍력발전 절반 마비...유럽 태양광발전도 사실상 발전량 '0'

화석연료 중요성 부각..."천연가스 꾸준히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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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미국 시카고(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탈(脫)탄소’를 추진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례 없는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천연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간헐성이 재생에너지 대중화의 핵심 난제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한파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결국에는 천연가스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분석자료를 인용해 미국 본토 48개 주(州) 전체 면적 가운데 73%가 눈에 쌓였다고 보도했다. 눈 구경을 하기 힘든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아칸소 등 남부 지방까지 이번 한파가 덮친 것이다.

기상청은 맹추위가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주민 2억명에게 겨울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텍사스 등 7개주는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캔자스주는 재난 상황을 선포했다.

유럽에서도 예년같지 않은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 그리스에는 한랭전선으로 사흘 사이 기온이 20도 이상 떨어지면서 12년 만에 큰 눈이 내렸고, 평년 기온이 영상인 터키의 이스탄불에서도 이례적으로 눈이 내렸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역대 2위의 적설량이 기록됐고 스페인과 네덜란드 역시 폭설에 뒤덮였다.

문제는 이 같은 한파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정작 재생에너지는 제 기능을 못한다는 점에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풍력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텍사스 주에선 한파로 인해 풍력발전소 전체 중 절반가량이 마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주의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총 25기가와트(GW)에 달하지만 12GW가 날씨로 인해 가동이 아예 중단됐다. 풍력은 지난해 텍사스 주 발전비중의 23% 가량 차지하는 등 텍사스에서 천연가스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전력 공급원이다.

당국 관계자는 "얼어붙은 풍력터빈, 천연가스 공급 부족으로 인해 평소대비 높은 수준의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한파로 텍사스, 오리건,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 버지니아 등 18개주 55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는데, 이 중 텍사스주가 430만 가구로 피해가 가장 컸다.

기상 조건에 취약한 재생에너지의 약점은 작년에도 드러난 적이 있었다.

발전량의 3분의 1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작년 여름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전력난에 봉착했다.

태양광은 해가 진 뒤에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데, 최근 폭염으로 해질녘부터 냉방 수요가 늘면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통상 캘리포니아주는 전력이 부족할 때 인근 주에서 전력을 수입하는데, 작년에는 이웃 주 역시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해 남아도는 전력이 없었다.

이에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운영국(CAISO)은 19년 만에 3단계 전력 비상사태를 발령했고 전력 부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제로 전기를 끊는 순환 정전에 들어갔다.

그리스

▲눈내린 그리스 아테네 신티그마 광장(사진=AP/연합)

유럽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실시간 세계 발전원별 발전정보를 제공하는 ‘일렉트리시티맵’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들어 태양광 발전량은 사실상 제로(0)다"며 "풍력발전은 견고하지만 태양광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매체에 따르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선언한 스웨덴의 경우 최근에 바람마저 불고 있지 않아 전력비용이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고 당국에서는 주민들에게 전력소비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를 계기로 탈(脫)탄소의 한계를 지적하며 천연가스를 꾸준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모든 산업을 전기화하겠다는 시도는 추위로 불안정해진 발전그리드에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꼴"이라며 "인류가 이번 사태처럼 최악의 한파를 버티기 위해선 앞으로 몇 십년 동안 천연가스를 많이 소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이어 "추위가 극한에 달할 때 발전그리드에 대한 태양광과 풍력의 가치는 전무하다는 걸 이번 한파 사태를 통해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번처럼 북극발 맹추위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포브스에 따르면 겨울철 기온이 극도로 추운 날 천연가스 에너지의 공릅량은 여름철 폭염이 극심한 날 소비된 천연가스 에너지보다 세 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이번 한파의 경우 하루 평균 80bcf(10억 입방피트)어치의 천연가스가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르게 말하면 80 bcf는 1테라와트(TW) 수준의 발전설비가 24시간 동안 가동되어야 하는 규모다. 현재 미국의 전체 발전설비는 1.2TW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을 강타한 이번 혹한은 극지방 소용돌이에서 초래됐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 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 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미국 전역에 한파를 몰고 온 것이다.

기상학자 브랜든 밀러는 "이번 한파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북극이 지구 나머지 지역보다 두배 빨리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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