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모펀드 사태, ‘CEO 제재’가 답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18 16:38

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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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는 사모펀드 사태와 그로 인한 금융사의 사후 조치, 소비자 보호 개선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금융사들 제재 건으로 금융권이 연일 시끌시끌하다. 흡사 작년 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그리고 하반기 라임펀드 제재심 논란과 흡사하다.

제재심 논란의 핵심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중징계를 내리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금감원은 DLF 사태에 이어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대부분의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판매사 CEO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중징계를 받은 CEO는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다시 말해 제재심으로 인해 CEO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금융사들의 경영 안정성 등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금감원의 제재심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금융권 내부의 일부 일탈 행위를 CEO의 책임으로 확대 해석했기 때문이다. 판매사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책임을 CEO가 져야 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당국이 내부통제를 근거로 CEO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약하다는데 있다. 또 펀드 사고라고 해도 사안마다 판매사의 위법행위 가담 여부 등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대부분의 판매사 CEO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는 것이다. 가령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검찰 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던 건 해당 펀드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작년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임직원 등을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이렇듯 제재심을 두고 1년 넘게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은 금융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는데 이를 CEO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그걸 교통경찰이 다 책임질수는 없지 않느냐. 우리도 어려움이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금감원의 책임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책임이 가장 크다고는 볼 수 없고, 펀드를 잘못 판매한 판매사들의 잘못이 더욱 크다는 발언도 있었다.

물론 윤 원장의 발언처럼 교통사고 위반 건에 대해 모든 교통경찰이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통신호를 위반했다고 해서 운전자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교통사고 통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타인까지 제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금융사들이 보다 엄격하게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갖는 것이 우선이다. 모든 CEO가 해당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교통신호 위반 관점에서 다시 돌이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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