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비우고 조금 부족하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2 08:10

박영철(한국공인회계사회 사회공헌·홍보팀장)

박영철

 

풍족한 시대다. 사는 것도 늘었지만 버려지는 것도 갈수록 늘어난다. 기술발전으로 생산규모가 확대되고, 사람들의 소유욕도 점점 커진 까닭이다.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인데도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보태지면 추가소비로 이어진다. 셀럽(유명인사) 등과 협업을 통해 출시되는 콜라보제품. 희소하고 희귀하다는 이유로 갖고 싶은 잇템(It-tem)이 된다. 과시적소비로 변질되기도 한다. 찬찬히 생각해보자. 풍족해서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셈이다. 넘치면 부족한 것 보다 오히려 못하다. 비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호모 콘스무스(Homo Consmus). 소비하는 인간이다. 사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집착한다. 소비가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디지털플랫폼 확장은 소비자들의 쇼핑편의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이러다 보니 큰 고민없이 클릭한 번으로 구매 끝. 고도화된 마케팅까지 더해져 충동소비를 부추긴다. 어쩌다 지름신(충동구매)으로 사들인 물건들이 아마도 집에 한 두 개는 있을거다. 정리되지 않은 채 어느 구석에 쳐박혀 있으면, 똑같은 아이템을 다시 산다. 정리하지 않으면 또 사고 찾기도 쉽지 않다. 시시때때로 비우고 버리고 정리하자.

정리는 살면서 고민거리다. 얼마 전 읽은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에서 고민의 실마리를 풀었다. 어느 특수청소부의 에세이다. 저자는 홀로 죽은 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집, 오물이나 동물 사체로 가득한 집을 치운다. 쉽사리 볼 수도, 치울 수 없는 곳을 청소한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죽기 직전에 분리수거를 한 사람, 자신의 세간을 청소하는 비용을 물은 뒤 죽은 사람도 있다."어떻게 살 것인가","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지고 갈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사들인 물건은 많은지?"어른들의 말씀 그대로다. 틈날때마다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정리해야 공간에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사람도 물건도 숨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와 정돈의 가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의 말이다. 방송 다큐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와 그의 저서 ≪정리의 힘≫으로 ‘곤마리’ 열풍을 일으켰다.‘곤마리하다(to Konmari)‘는 말까지 영어사전에 수록될 정도다. 이제 정리의 영역은 가정집을 넘어 사무실까지 확장중이다. 그는 "물리적인 업무 공간을 치워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말은 회사에서도 예외 없다. 정리의 힘은 공간을 뛰어 넘는다. 그는 "너저분한 책상, 비효율적인 시간 관리, 쓸데없는 업무, 불필요한 회의, 의미 없는 관계 등이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다"며, " 모든 잡동사니를 제거하라"고 강조한다. 주변을 돌아보자. 그 대상이 물건이든 추상적인 것이든, 설렘이 없는가. 그렇다면 버리고 비우는 게 낫다. 설렘이 없는 것을 버려 정리하면 공간이 가벼워진다.

미니멀리즘이 부상한다. 얼마 전에 본 다큐멘터리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비우는 자의 미학이 드러난 작품이다. 소비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그렸다.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스마트폰 등 디지털 디바이스 보급이 낳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SNS 환경에서 광고에 쉽게 노출되다 보니, 소비에 일찍 눈 뜨고 소비형인간으로 성장해간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소유욕으로 커진다. 이 때 미니멀리즘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적게 소유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놓치고 있는 것들을 깨달아 궁극적으로 행복을 찾는 수단이다. 자아를 되찾고 정신적, 물리적, 정서적 건강까지 회복하게 된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소유의 크기가 행복을 좌우하지도 않는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Less is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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