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탄소중립으로 가는 첫 걸음, 지역과 시민참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2.24 15:52   수정 2021.02.24 17:27:53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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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많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싶거나 에너지비용을 줄이고 싶을 때 인터넷을 검색하며 정보를 찾는다. 만일 500만원이 있다면 그 돈으로 집의 단열성능을 높일까? 전기를 공급할 태양광 설비를 할까? 온수와 난방을 공급할 태양열 설비를 설치할까? 아니면 재생에너지 회사에 투자할까? 같은 에너지문제라도 거주하는 지역의 기후조건이나 인프라, 해당 지자체의 정책에 따라 어떤 것이 가장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좋고 에너지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포털사이트에서도 동네 새 소식을 알려주고, 동네 시장을 홍보한다. 지역경제가 중요하다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상품권을 발행한다. 정부는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강조하고, 복잡해진 사회문제의 해결책으로 지역현장을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일자리와 경제활동으로 연결하겠다고 녹색성장 비전을, 박근혜 정부는 2014년에 ‘202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배출전망치보다 30% 줄어든 5억4300만톤이어야 한다. 하지만 녹색성장 비전과 온실가스감축 로드맵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혀 줄이지 못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약 6억8600만톤에 달했다. 2018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 6억440만톤을 8160만톤(13%) 초과했다. 2020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을 달성하려면 2년 만에 1억4300만톤을 감축해야 해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 이제 정부의 선언만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달성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은 대부분 석탄과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비롯된다. 화석연료는 전기와 교통, 냉난방, 산업부문에서 에너지로 소비되면서 사회를 지탱해왔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덜 쓰도록 건물과 교통 등의 도시구조와 산업구조를 바꿔가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많은 예산과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고, 제도로 규제와 진흥을 적절하게 조합해야 한다. 이는 시민들의 동의와 참여로만 가능하다.

이미 인프라가 구축되고 경제산업구조가 공고한 기존의 에너지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많은 저항과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이를 이겨내려면 기존 에너지체계의 이해관계자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중립 이해관계자가 필요하다. 에너지절약과 효율개선과 재생에너지생산으로 기회를 얻게 될 수많은 혁신기업과 에너지전환에 동의하는 정치인, 에너지전환을 주장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사회,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얻거나 잃게 될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더 나은 환경을 기대하며 비용을 부담하고 생활에 미칠 영향을 감수할 시민들이 모두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재생에너지선진국인 유럽은 지역과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재생에너지협동조합과 지역단체, 지방정부가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다. 이는 국가가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탄소중립정책을 펼치는데 뒷받침이 됐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시민사회와 주민들은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자체마다 에너지조례와 에너지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 협동조합은 시민들을 교육했고,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정책을 제안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출마한 지역의 후보들에게 에너지전환 공약을 제안하고, 이행을 약속받았다. 이를 계기로 구성된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는 이제 경남과 광주, 경기, 대전, 인천, 충남, 충북, 대구, 전북, 서울 등 11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의 필요에 따라 집행될 지방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할 지역시민사회의 에너지전환활동은 탄소중립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동의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이해관계자를 많이 만들어내는데 보다 효과적이다.

국회는 탄소중립의 법제화를 위해 관련 법안을 준비중이고, 정부는 곧 탄소중립을 이행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탄소중립의 기반을 닦기 위해서는 지역이 주도하고, 시민의 참여를 지원하는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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