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부 윤민영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결혼할 때 40년 만기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빚을 다 갚고나면 재건축 한다고 분담금 내라고 할거다. 그때 되면 내 나이 70대"정부가 40년 만기의 최장기 모기지론을 도입하겠다고 하자, 인터넷에서 떠도는 우스개 소리다. 40년 동안 집 대출금을 갚고 나니 재건축 연한이 돌아왔는데, 이제는 소득이 없어 추가 분담금을 내는 게 힘든 노인이 됐다는 뜻이다.
현행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빌리면 30년, 은행에서 빌리면 35년이다. 그런데 최근 전국적으로 집값이 높아지면서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년 만기의 대출상품을 내놓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만기가 길어진 만큼 매달 갚는 원금과 이자는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이다. 월급쟁이가 집 한 채를 사려면 빚을 40년이나 갚아야 할 정도로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이 가파르다.
특히 빚을 갚으려면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직장인 정년이 65세인걸 감안하면 적어도 25살부터는 돈을 벌어야 한다. 40년간 대출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중간에 집을 팔아 시세 차익으로 대출을 상환해도, 다른 집에 이사가려면 또 그만큼 빚을 내는 게 불가피하다. 집값을 빨리 갚으려면 그만큼 고소득이야 가능한데, 요즘엔 로또 1등으로 강남 아파트 한 채 사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웬만한 소득으로는 서울에서 내집 장만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출입처 미팅을 나가면 당연히 집 얘기가 빠질 수 없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소득을 받는 직원들은 전혀 다른 재정상태를 토로하며 웃픈(웃기고 슬프다) 상황을 연출한다. 부동산 상승기 이전에 서둘러 집을 마련한 사람과 집 구매를 미룬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집을 마련한 사람들은 둘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반면 집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기업 다니면 뭐하냐"면서 첫째 출산도 고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미혼인 기자는 출산은커녕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나라 서울 인구가 최근 1년간 10만명이 줄어들고 출산률이 낮아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는데 그 이유를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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