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맥주 창립멤버인 권진주 이사 인터뷰
다양한 패키지·판매 채널 다각화로 수제맥주 대중화
커피·와인 시장만큼 크게 성장 전망
연구개발 역량 강화 해외 시장 진출 목표
▲권진주 제주맥주 이사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국내 대표 수제 맥주 기업인 제주맥주가 지난해 매출이 2배 이상 껑충 뛴 것은 수제 맥주 전성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제주맥주의 창립멤버인 권진주 CMO(마케팅 총괄 경영자) 이사를 만나 제주맥주의 성장 스토리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맥주 최초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설립 스토리가 궁금하다.
▲제주맥주는 ‘왜 한국인들의 인생맥주는 수입맥주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신선한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맥주 역시 산지와 맛 등을 차별화한 수제맥주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문혁기 대표는 비빔밥을 수출하려고 미국 출장을 갔으나, 크래프트맥주 문화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후 비빔밥을 수출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 크래프트 맥주를 소개하고 시장 전체를 바꿔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뒤로 즉시 미국 유수의 크래프트맥주 브루어리들을 답사하고 뉴욕 1위 크래프트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에 콜드콜을 보냈고, 아시아 최초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자매 양조장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5년의 준비 끝에 2017년 8월 브랜드를 론칭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전제품이 전국 5대 편의점에 입점되며 대기업 맥주를 제외하고는 전국 가정 채널에 모두 입점된 유일한 국산 맥주라는 기록을 세웠다.
-과거 소비자들은 수제맥주에 대해 생소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판매에 어려움은 없었나.
▲모든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론칭 후 1~2년간은 제주도에서만 판매했다. 크래프트맥주는 고객들과의 친밀한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는 만큼,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복합문화공간 콘셉트의 제주 양조장을 중심으로 제주도 방문 관광객들에게 제주맥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제품 패키지부터 재료, 제주 음식과의 페어링까지 제주도를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왜 맥주는 맨날 치킨, 피자랑만 먹어? 한국 맥주도 한국 음식과의 마리아주(조합)가 자연스러울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고깃집과 한식집 등에 제주맥주를 열심히 입점시켰다. 이후에도 대규모 마케팅 프로그램도 맥주와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서 기획했다. 맥주 피크닉, 홈바, 한달살기, 맥주와 음악 페어링, 취미와 즐기는 원데이 클래스 등 맥주를 단지 ‘마시고 취하는 술, 소맥용 술’에서 ‘내 일상을 조금 더 즐겁게 해주는 친구’로 바꾸며 고객들과 만나려는 노력을 하니 제주맥주를 사랑해주시는 분이 점점 늘어났다.
-코로나19에도 지난해 매출이 2배나 늘었다. 이유는
▲주세법 개정 영향이 크다. 그 전의 주세법은 국산 맥주에 매우 불리하게 측정된 과세표준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2년 여 간 수제맥주협회와 함께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주세법이 맥주 세금 부과기준이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양)으로 바뀌었고, 국산 맥주가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제주맥주만의 차별점은.
▲소비자 접점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패키징 라인을 개발했다. 처음부터 다양한 캔과 병 패키지라인을 대규모로 구축해 제품을 선보였다. 생맥주 뿐 아니라 일반 유흥 매장, 바틀샵, 가정 채널, 호텔과 골프장 등 특수채널 모두 입점이 가능한 인프라를 만들었다. 또 소비자를 맥주 입문자와 애용자, 애호가 세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맛 등 시장 분석을 통해 다음 제품 스타일을 선정하고 개발하고 있다.특히 제주맥주 양조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복합문호 공간 콘셉트의 맥주 체험공간으로, 방문객들이 양조시설을 통유리로 모두 내려다볼 수 있다. 전문 도슨트(맥주 이야기를 전달하는 직원)와 함께 30~40분 동안 맥주 제조 과정과 원재료 향을 맡고 먹어보는 등 체험 혜택도 제공한다.
-흥행 비결, 대표적인 인기제품을 꼽자면.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양하고 좋은 맥주를 개발할 수 있는 제조 혁신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출시 후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한 덕분에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인기 제품은 제주맥주의 첫 제품이자 시그니처인 ‘제주 위트 에일’이다.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는 크래프트맥주가 전혀 대중화되지 않던 시기였다. 그래서 대중에게 너무 생소하지 않으면서도 대기업 맥주 스타일과는 다르고, 제주맥주만의 색으로 신선함까지 줄 수 있고,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레시피를 찾기 위해 몇 년 간 고민했다. 이후 고민 끝에 당시 수입맥주가 성장하면서 편의점 매대를 많이 차지하게 된 ‘밀맥주’ 스타일에 제주 감귤 껍질을 넣고, 제주 고등어, 흑돼지 요리 등과 어울리는 맛을 잡아냈다. 부드러움과 산뜻함이 공존하는 제주 위트 에일은 출시 당시부터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향후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 번 좋은 것을 맛본 소비자들의 입맛은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크래프트맥주의 다양한 맛, 철학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맥주 산업은 질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의 맥주 선진국들은 이미 2~30년 전 이런 단계들을 거쳐왔다. 우리나라도 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커피 시장과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했듯이 맥주에 대한 취향이 생기고, 더 나아가 나만의 즐기는 방법까지 생기면서 새로운 문화로 소비하게 되는 시기가 머지 않아 올 것으로 본다.
-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제주맥주는 지난 4년 여 간 한국에서 수제맥주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는 연매출(총매출) 약 3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특히 7월에는 맥주 업계 최초 중소벤처기업부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에는 맥주 업계 최초 코스닥 입성이라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맥주의 새로운 제조 혁신 모델로 도약, 수입맥주와 경쟁하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 국산 맥주의 우수함을 알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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