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환 에너지경제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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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에너지경제 편집위원 |
탈원전 등 이번 정부에서 뜨거운 논란을 부른 정책이 적지 않았지만 실패한 부동산정책이야말로 단연 압권이라고 할만하다. "부동산은 자신있다"고 큰소리 쳤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과거 어느 정권보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책으로 집값만 되레 고삐풀린 망아치처럼 뛰어 오르게 만드는 부작용만 키운 탓이다.
자고 나면 ‘억’소리 나게 오르는 집값에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주택구입 대열에 합류하는 ‘패닉바잉’이 확산됐고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퍼졌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핵심으로한 전월세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세매물 품귀 등으로 세입자의 고통만 키웠다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새 정부들어 무려 24번이나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국토부 장관이 교체된 후 획기적인 공급대책을 담았다며 25번째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것이 지난달 4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공급의 중추역할을 맡은 신도지 예정 지역 정보를 사전에 알고 미리 토지를 사들여 부당하게 이익을 도모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으니 국민이 허탈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LH는 토지와 주택의 공급 업무 등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주거생활의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며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라고 법에 의해 설립된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공사의 임원 및 직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아니한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하여 공사가 공급하는 주택이나 토지 등을 자기 또는 제3자가 공급받게 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이들이 쓴 수법은 혀를 더 내두르게 한다. 아파트 특별분양을 노리고 1000평방미터씩 지분을 쪼개 매입하고 농지법 규제를 피하고 보상금을 높이기 위해 작물을 재배하는 척 꾸몄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문 투기꾼들과 다를 바 없는 행태다. 하라는 업무는 뒷전인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해 직무를 통해 터득한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했다는 뜻이니 국민의 공분을 살만하다.
정부가 연일 강도높은 조사와 강력한 제재를 외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에 걸맞은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조사대상을 너무 넓게 잡다보니 과연 내실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사대상 지역을 100만㎡ 이상 대규모 택지 8곳으로 늘리고, 조사대상 인원도 LH 직원은 물론 국토부 본부와 지방청 공무원, 여기에 지자체(유관부서)와 지방 주택도시공사 직원·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포함시킬 계획이어서 족히 수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세상이 떠나갈듯 요란을 떨더니 튀어나온 것은 생쥐 한마리뿐‘이라는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말처럼 온통 수선만 피우다 흐지부지 끝났던 전철을 밟아선 결코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분노한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짓이다. 대상을 좁혀 집중 조사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고 순차적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투기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업무상 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제대로 처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허술한 법망도 촘촘히 메워야 한다.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는 정책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부동산 대책을 쏟아 내기 전에 집안 단속부터 서둘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정권 임기가 이제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소를 잃고도 망가진 외양간을 방치해선 안된다. 차기 정권에서 이런 파행이 되풀이 되는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