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잠수 탄 판매자 신원 파악 책임져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09 14:13

공정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예고



"정보수집은 정보비대칭 및 협상력 열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 목적"



업계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책임 부담…실효성도 의문" 반발

캡처

▲(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에 위배" 대 "현행법에도 있는 사항이나 일부 업체가 지키지 않는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두고 업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정위가 새로 마련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내용은 일상생활 속 빈발하는 소비자피해의 실효성 있는 방지와 구제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 법안 내용중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 내용이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개정안 제29조(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개인판매자의 성명ㆍ전화번호·주소 등을 확인해야 하고, 개인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시 소비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해 분쟁 해결에 협조해야 한다는 항목을 담고 있다. 가령, 당근마켓을 이용할 경우 신원정보를 업체에 모두 제공해야 하고,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정보가 전달되는 식이다.

이에 플랫폼이 개인 판매자의 정보를 수집해 거래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앞선 7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실명·주소·전화번호를 거래 당사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것은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이며, 분쟁 갈등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전상법이 개인에게 분쟁 해소책임을 떠넘기고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부추긴다"며 "개인 간 분쟁 해소는 법 테두리 안에서 플랫폼과 제3의 분쟁 해소 기관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쟁점1.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할 근거 있나 

 


인기협 관계자는 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공정위의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최소수집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개인정보의 수집 제한)는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법 체계에서 굳이 수집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를 소비자 보호라는 이유로 부가적으로 수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개인간의 분쟁이 조정 가능한데, 플랫폼사업자가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 수집과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개정 전 현행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부분을 강화했을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상에도 정보제공 조항이 있는데 일부 플랫폼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SNS플랫폼 등 전자상거래 유형이 다양해짐에 따라 현재 개정안에 따르면 플랫폼이 협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이 경우에도 B2C, P2C 거래와 같이 (개인)판매자 정보를 일반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것은 전혀 아니며,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였으나 개인판매자 연락두절 등 이유로 개별적·구체적 분쟁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플랫폼으로 하여금 해당 구매자에게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자상거래법 제20조 2항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통신판매중개의뢰자가 개인일 경우 성명ㆍ전화번호 등 거래 당사자들에게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재 당근마켓은 전화번호로만으로도 가입할 수 있고, 대다수 C2C 중개 앱이 전화번호나 이름 정도로만 간편 가입할 수 있다.

 

쟁점2. 거래상대방의 개인정보 넘겨서 얻는 실익은? 

 


공정위는 문제 발생시 거래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넘기는 이유로 ‘정보비대칭 해소’를 들었다. 판매업자는 신원 및 거래조건 등 정보제공의무가 부여되고, 중개업자는 입점사업자의 신원정보 확인과 제공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기협은 "거래당사자에게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기꾼은 대포폰 등을 사용할 것이고, 오히려 사기는 잡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데이터만 위험을 무릅쓰고 보관해야 하는 이슈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인정보를 보관·관리하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부담은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어 "플랫폼업체에 이용자의 아이디나 닉네임, 전화번호 등은 이미 등록돼있고, 이것만으로도 사기꾼 등은 충분히 특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법 개정안의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를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개인정보요청이라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의 동의를 구한 후에 수집하게 돼 있고, 그 업체는 그에 대해서 관리를 잘 할 책임을 지게 됐다. 단순히 수집한다, 유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기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플랫폼 사업자 같이 거래를 중개만 하는 경우에는 면책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플랫폼사업자가 개인신상정보를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느냐. 이를 위해서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사기를 당했는지 여부가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함부로 알려주는 것은 안된다"면서 "분쟁 발생 시 개인정보를 제공해 구현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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