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변화, Mixed Use]<상편> 21세기 공간 트렌드는 ‘MIXED’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4 18:39

①백화점-도심 속 휴식과 쇼핑을 한번에



②주유소-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에너지 충전



③식당-저렴한 비용·효율 극대화



④통신매장-기술에 오락거리 더해



⑤집-내 방식으로 꾸미는 개성 강해져


공원 속에서 휴식과 쇼핑을 한번에, 자동차와 함께 충전을, 집에서 누리는 여유, 기술에 재미를 더한, 좌석 없는 음식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공간들이 시대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콘셉트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성격들도 저마다 독특하다.

근거리 내 여러 서비스와 어메니티(생활편의시설)를 누리고자 하는 수요의 증가가 이유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엔 이동과 밀집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복합용도 공간에 대한 수요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심 속 휴식과 쇼핑을 한번에’ 더현대 서울 

 


쇼 윈도에 즐비한 의상과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조명, 창문 하나 없이 상품으로 가득한 공간. ‘백화점’이란 단어에서 생각할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데 최근 적정한 온·습도 환경에서 채광을 그대로 느끼며 자연의 푸릇함과 쇼핑, 식도락,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신(新) 개념의 쇼핑몰이 탄생했다. ‘더현대 서울’이다.

이 곳은 자연친화적 인테리어로 이뤄진 공간이 특징이다. 전체 영업 면적 가운데 51% 가량이 실내 조경, 또는 휴식 공간인데 특히 점포 5층은 1000평이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로 천연 잔디와 30여 그루의 나무와 꽃이 즐비하다.

이곳에선 새소리와 물소리도 느낄 수 있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5층과 6층은 문화·예술과 여가생활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컬처 테마파크’가 자리해 있다.

이와 함께 채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린돔도 눈에 띈다. 그린돔은 프랑스 국립박물관인 ‘그랑 팔레(GranD Palais)’의 상징 ‘돔 천장’을 모티브 한 것으로 벽이나 천장이 없다 보니 매장에서 볕을 그대로 맞이할 수 있다. 식도락의 경우, 미국 스페셜티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여의도점’과 수제버거 브랜드 ‘번패티번’, 이탈리아 그로서란트 ‘이탈리(EATALY)’ 국내 2호점 등이 입점해 국내 소비자들의 미각을 유혹하고 있다.

 

‘자동차와 사람이 함께 충전한다’ 길동 채움 

 


길동 채움은 차와 사람이 함께 충전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사람과 자동차가 같은 장소에 머무르며 부족한 에너지를 채움과 함께 다양한 생활을 즐겨 나간다는 것. 실제로 길동 채움은 각 층마다 모두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 자리해 있다. 지상 1층에는 전기차 충전소 현대 EV스테이션이 있다.

이 곳에선 최신형 초고속 충전기 ‘하이 차저’를 설치해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 차저’는 신형 전기차의 경우 20분이면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잠시 기다리면 되는 수준이다.

기존 전기차 충전 시설의 경우 급속 충전시 1시간 내외, 완속 충전 6시간이 넘는 시간이 소요돼 전기차 보급 속도보다 충전 성능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우려는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유지 관리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같은 층 일부와 2층에 카페 테라로사가 있다. 전기차 충전 시간동안 이곳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셈.

3층과 4층엔 SK매직의 브랜드샵 잇츠 매직, SK네트웍스 원격 오피스이자 세미나 장소인 채움 라운지가 조성돼 있는데 ‘잇츠 매직’은 SK매직의 첫 번째 체험형 브랜드샵으로 주요 상품군인 정수기와 식기세척기 등 제품 판매는 물론이고 체험 기회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전혀 다른 역할을 가진 기업들이 한 건물 내에서 저마다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저렴한 비용 효율화는 극대화한 신개념 식당, ‘고스트키친’ 

 


‘식당에 홀이 사라졌다?’ 최근 음식점들이 ‘고스트키친’이란 또 다른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구 밀집은 물론이고 대면 접촉을 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식당 홀을 이용하기 보단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자 식당들이 공간 협소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약 17조원. 전년 9조원과 견줘보며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공유 주방’, 다시 말해 고스트키친이다. 고스트키친이란 조리 공간과 각종 주방 시설을 빌려주는 곳으로 이 곳에 입주해 요리만 제대로 하면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다.

고스트키친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것. 배달로 나가는 비용으로 마진율은 홀을 겸한 식당보다 떨어지긴 하나, 도심 내, 상권 지역에서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자체 주문접수 소프트웨어가 제공돼 배달 생태계에서 필수 조건으로 꼽히는 라이더(riDer) 수급이 원활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스트키친 같은 ‘공유’ 개념의 식당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은경 아키텍처 디자인 스테이지E2 본부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공유 주방 개념의 식당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에 오락거리를 더한 SK 텔레콤의 T 팩토리 

 


통신사가 놀거리에 기술을 더하며 고객 개개인의 반응과 트렌드를 읽기 시작했다.

ICT 기술 서비스에 다양한 문화 체험 등이 더해진 공간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SK텔레콤의 ‘T팩토리’다. 이곳은 기술(Technology)‘과 미래(Tomorrow)’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공간(Factory)’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글로벌 기업과 SK그룹 ICT 관계사 등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와 ‘초협력’을 기반으로 미래 ICT 기술 비전을 제시하고, SK텔레콤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핵심 서비스를 꼽자면 △애플·MS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 대표 서비스와 상품 △보안·미디어·게임 등 SK그룹 ICT 관계사 핵심 서비스 △24시간 무인 구매존(Zone) ‘T팩토리 24’ △MZ세대를 위한 ‘0(영) 스테이지’ 및 도심 속 자연 힐링 공간 ‘팩토리 가든’ 등이 제공돼 기술·서비스·쇼핑·휴식 모든 영역에서 차별화 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AI 서비스 존으로, 음성인식 AI 누구(NUGU) 디바이스를 비롯해 AI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결합된 ‘T전화x누구’, 초고화질 그룹영상통화 플랫폼 ‘미더스’, SKT 대표 모빌리티 서비스 ‘T맵’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즉, 즐거움과 실험, 도전 등이 더해진 새로운 ICT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나만의 공간을 내 방식으로 꾸민다 ‘홈퍼니싱’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가구의 모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거 공간이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맞춰 다채로워진 것.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 자제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개인 공간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수요는 홈 가드닝, 홈 까페, 홈 영화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거나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지난 2월 8~21일 직방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1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현재보다 더 필요한 내부 공간 기능’ 질문에 응답자의 47.9%가 ‘취미 및 휴식 및 운동 기능(홈트레이닝·홈카페·홈바 등)’을 선택했다. 이어 △방역·소독·환기 기능(15.4%) △업무 기능(14.6%) △유대감 형성 기능(8.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주거 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쾌적함’을 중요시 여기에 된 것. 여기에 집 내부의 여유공간을 늘리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는 게 직방 측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에서 2016년 12조5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커졌다. 2023년에는 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레이어드 홈’을 트렌드로 꼽았다. 집의 기능이 외부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 휴식 공간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하게 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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