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속도 내는 해상풍력, 순풍 타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8 10:00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이상훈 신재생센터 소장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해상풍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세계 누적용량은 아직 29GW 정도지만 최근 10년 간 세계 해상풍력은 연평균 28.7% 증가했다. 올해부터 세계가 탄소 중립을 향한 본격적인 경주에 돌입하면서 해상풍력 보급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탄소 중립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결단이면서 동시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국가 발전 전략인데 해상풍력이 여기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세계풍력협회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 누적용량이 200GW를 초과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유럽위원회도 유럽 그린 딜의 일환으로 해상풍력을 2030년까지 60GW, 2050년까지 300GW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 때 해저유전으로 유럽 경제를 살찌웠던 북해가 끊임없이 대량의 풍력 전력을 생산하는 탄소 중립 기지로 탈바꿈할 것이다. 덴마크는 북해에 대단위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고자 80km 해상에 인공 ‘에너지 섬’을 건설하는 사상 최대의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2040년이 되면 해상풍력이 유럽 최대의 발전원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의 그린수소 전략도 해상풍력 확대와 긴밀히 연결된다. 해상풍력에서 나온 저렴한 전력을 수전해하여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대용량 장주기 전력저장의 기능과 함께 합성연료로 가공되어 에너지다소비 산업과 항공, 선박 등 수송부문 탈탄소화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 kWh당 11.5센트(USD)인 해상풍력 평균 발전단가는 2030년 직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도 해상풍력은 반드시 활용해야 할 재생에너지원이다. 탄소중립은 말할 것도 없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로 높이려는 소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해상풍력이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해상풍력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조선·해양플랜트 산업과 연관효과가 매우 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해상풍력은 총 투자비 중 터빈 비중이 1/3 정도로 낮고 하부 구조물과 계통 인프라, 설치 시공, 금융 등의 비중이 커서 연관효과가 개발국가 내에서 주로 발생한다. 한편 태안 앞바다에 추진 중인 2GW 해상풍력은 태안석탄화력 6기 폐쇄에 따른 공정한 전환의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도 이런 특성 때문에 해상풍력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해상풍력은 쉽지 않은 분야이고 이제 막 성장기에 진입한 산업이다. 해상풍력은 고도의 기술뿐만 아니라 어업, 해상교통, 군사, 생태 등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배후항만 및 송전망 등 인프라 구축도 필요한 고난이도 개발 사업이다. 우리나라도 일찌감치 해상풍력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주목하여 2011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인 2.4GW 서남해 해상풍력을 추진했으나 아직 60MW 실증단지 조성에 머물고 있다.

국내 해상풍력 확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를 주도하고 있고 미국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후발주자 대만은 2025년까지 5.5GW 확대를 순조롭게 추진 중이고 일본도 18GW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드디어 한반도에도 바람이 분다. 우리나라는 서남해 외에도 신안 해상에 8.2GW, 울산 부유식 1단계 1.4GW 등 다양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계획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아직 넘어야 할 난관과 장애가 적지 않지만 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변화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안 해상풍력은 지자체, 사업자, 주민 간 협의회를 구성하고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등 주민 수용성 확보와 민관 협력, 계통 구축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도 이해관계자 상생협약 체결을 완료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

획기적인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풍력인허가통합기구(일명 원스톱샵) 설치를 위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제정도 마무리단계이다. 해외 선진 사례를 참고한 원스톱샵은 정부주도 입지 발굴과 일괄적인 인허가 처리로 사업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하고 주민수용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다. 원스톱샵은 해상풍력 확산에 양질의 순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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