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되는 원자재 공급부족...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비싸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0 15:21
구리

▲구리(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구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들은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에 활용되는 필수 원료로 꼽히는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적인 탈(脫)탄소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앞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은 부족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친환경 에너지의 비용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앞서 세계은행(WB)은 작년에 ‘기후 대응을 위한 자원’이란 보고서를 발표해 "태양광, 풍력, 지열 에너지에 이어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통해서 지구촌 기온 상승폭을 2도 내로 제한시키기 위해 30억 톤 이상의 자원과 광물이 요구된다"며 "구리, 흑연, 리튬, 코발트 등 일부 품목의 수요가 2050년까지 500% 급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구리의 경우 공급부족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뉴욕소재 증권사인 스톤엑스의 나탈리 스콧 그레이 금속 애널리스트는 "올해 구리 수요가 작년보다 약 5%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올해 구리는 20만톤 이상 부족하게 된다.

실제로 구리 재고는 무서운 속도로 빠지고 있는 반면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3개월물 선물가격은 톤당 8877달러를 기록했고 재고는 8만 5050톤으로 집계됐다. 구리 가격은 올 들어 10% 넘게 폭등했지만 같은 기간 재고는 20% 가량 빠졌다.

이처럼 구리 가격이 탄력을 받는 배경에는 구리의 활용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통상 구리는 전기, 전자, 건설, 선박, 운송 등 전통 산업 전반에 쓰이는 대표적인 원자재이지만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더 많이 요구된다.

그러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겠다는 국가들이 많아지자 구리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에너지 중개업체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세라위크’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해 "전기차, 풍력발전, 태양열 등을 활성화하려면 구리가 현재보다 5배 많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공급이 이러한 수요를 뒤받치지 못할 것이란 부분이다.

위어 CEO는 "구리 생산은 마치 스위치를 켜듯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구리 광산이 개발되는대 보통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린다"고 지적했다.

새로 발견되는 구리 광산 또한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과거 보고서를 통해 "1990년부터 지금까지 224곳의 구리 광산이 발견됐다"며 "그러나 최근 10년 내에 발견된 구리 광산은 16개에 불과하고 2015년에는 단 한 곳만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다른 자원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핵심원료로 꼽히는 코발트 가격 역시 수요증가에 따른 공급부족으로 인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초 톤당 3만 3000달러에 불과했던 코발트 현물가격이 지난 9일 5만 2775달러를 기록하는 등 3개월만에 60% 가량 증가했다.

니켈 역시 최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남태평양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에서 니켈을 공급받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만큼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니켈 수요의 4%만이 전기차 산업에 활용되고, 70%는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로 니켈 수요에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내년에 10%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니켈 공급이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로 가파른 수요 상승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원재료 가격 급등은 에너지전환을 위한 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는 부분에 있다.

실제로 전기차에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대규모의 구리가 소요되고 태양광이나 육상·해상 풍력 역시 많은 양의 구리가 필요하다.

친환경 에너지가 주력 에너지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관련 비용이 화석연료보다 싼 ‘가격 경쟁력’인데 원료 가격이 비싸면 결국에는 전기차 등과 같은 완성품의 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으로 전기차 가격은 점점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선전되고 있다"며 "그러나 배터리 부품 가격이 공급부족으로 인해 크게 오르면 이러한 비용절감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이어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가 목격할 수 있는 부분은 더 비싼 전기차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yyd042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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