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악재도 없는데…증시·비트코인·금 모두 무너지는 이유는 [머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2.06 15:33

“AI 관련주·비트코인·귀금속 의문 커져…조정 길어질 수도”
은값 하루 만에 20% 급락…비트코인은 6만달러선까지 추락
美 소프트웨어 관련주 투매로 시작된 하락장 분석도

FILE PHOTO: An investor sits in front of a board showing stock information at a brokerage office in Beijing

▲(사진=로이터/연합)

인공지능(AI) 관련주와, 금, 비트코인 등 글로벌 금유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자산군에 쏠렸던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 하락장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때처럼 초대형 단일 악재에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일(현지시간)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하락으로 S&P500 지수의 올해 연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나스닥100 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축된 투자심리는 다른 자산군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최대 13% 폭락해 한때 6만1000달러선이 무너졌었고 국제금값 또한 5000달러선을 다시 하회했다. 은 가격 또한 20% 가까이 폭락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미국 노동시장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을 떠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로 몰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650만 건으로, 팬데믹 초기인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2만2000건 늘어난 23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미국발 금융시장 냉각은 아시아 증시로도 확산됐다. 6일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장중 최대 1.3% 하락했다. 한국 증시에서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지난 2일 이후 나흘 만에 다시 발동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3.86% 급락한 데 이어 이날 장중 한때 낙폭이 5%를 넘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하락세는 단일한 충격이 아닌 고평가 우려가 지속돼 온 가운데 각종 불안 요인이 누적되며 투자심리가 서서히 위축됐다"며 “그 여파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IG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지난 6개월간 시장을 떠받쳐온 핵심 축인 AI, 비트코인, 귀금속에 대한 신뢰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며 “이는 조정기가 더 깊어질 가능성을 키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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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로고(사진=로이터/연합)

일각에서는 최근 하락장의 배경으로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A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종말)' 공포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범용 AI가 특정 업무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소프트웨어주 급락을 촉발했고, 이 충격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AI 개발사인 앤트로픽이 있다. 기업·업계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앤트로픽은 최근 '클로드 코워크'라는 AI 도구를 출시했다. 이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사무직도 AI와의 대화를 통해 문서 요약, 데이터 분석,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앱(응용소프트웨어)을 금세 만들 수 있는 유료 서비스다.



이는 AI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수익 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치명적이다. 소프트웨어 제품은 한번 고객이 업무에 도입하면 이를 바꾸기가 어렵고 구독료 등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지만 AI의 등장으로 이런 우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앤트로픽이 지난 3일 계약서 검토 등 법무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한 것이 시장의 경계심을 키웠다. 해당 기능 자체는 아직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지는 않지만, AI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전반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키뱅크의 잭슨 아더 애널리스트는 “오늘은 법률 기술이지만, 내일은 영업이나 마케팅, 재무 분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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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IGV 주가 추이(사진=구글 파이낸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로 구성된 대표 ETF(상장지수펀드)인 'iShares Expanded Tech-Software Sector ETF'(티커명 IGV)는 지난 한 달 동안 24% 가까이 추락해 5일 79.6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4월 저점(80.15달러)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 7일 동안 IGV에 편입된 종목들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 가량 증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와중에 빅테크들이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구글은 올해 자본지출 예상액을 1750억~1850억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작년 914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아마존은 올해 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에 투입할 자본지출을 2000억달러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작년의 150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올해 자본지출 규모가 작년의 1.7배 수준인 1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메타까지 합칠 경우 빅테크 4곳의 올해 AI 투자계획은 650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엑손모빌, 월마트, 인텔 등 각 산업군에서 시가총액이 큰 21개 기업들의 올해 투자계획이 1800억달러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AI 산업은 사업화 단계에서 거액의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실적 호조가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경계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 주가는 투자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10% 추락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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