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M&A] 컴투스는 ‘인파이팅’ 카카오게임즈는 ‘아웃복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5 17:37

-게임업계 3·4위 ‘한달에 한번 M&A’…선두 따라잡기 경쟁

-컴투스,플랫폼·국경·분야 안 가리며 속도전

-카카오게임즈,굵직한 M&A 등 신중하면서도 공격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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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국내 게임업계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컴투스와 카카오게임즈가 중소 게임사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사가 지난해 초부터 이달까지 진행해온 투자 건수는 알려진 것만도 15건. 어림잡아 한 달에 한번 꼴로 투자를 진행했다.

컴투스는 통상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규모의 M&A를 플랫폼과 국경, 분야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진행하고, 카카오게임즈는 전략적 투자를 맺으면서 일부 투자를 진행한 뒤 게임이 성공하면 1000~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턱’하고 베팅한다. 복싱으로 치면 컴투스는 쉴새없이 몰아치는 ‘인파이팅’ 스타일이라면, 카카오게임즈는 잽을 날릴 시기를 저울질하는 ‘아웃복싱’ 스타일이다.

컴투스와 카카오게임즈의 연매출 규모는 양사 모두 약 5000억원 정도다. 매출액 규모로만 따지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 중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에 이어 각각 3위(컴투스)와 4위(카카오게임즈)다. 아직까지는 연매출 2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과의 매출 격차는 상당한 편이지만, 발빠른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컴투스와 카카오게임즈가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이유는 경쟁사 대비 부족한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공세를 높이기 위해서다. 컴투스의 경우 간판 모바일 게임 ‘서머너즈 워’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주된 과제로 꼽히는 상황이고,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퍼블리싱을 넘어 자체 개발 게임과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점 과제다.

◇ 모바일 게임 기업 컴투스…PC게임 개발사 투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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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는 최근 국내 유망 게임, 콘텐츠기업은 물론 해외게임사까지 인수하며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컴투스는 올해 첫 M&A로 PC 게임 개발사 올엠의 지분 57%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는 투자액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엠은 지난 2000년 설립된 업체로, ‘크리티카 온라인’ ‘루니아 전기’ 등을 개발한 PC게임 개발사다. 크리티카 온라인은 2013년 출시 이후 70여 개국에서 200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루니아 전기는 80여 개국에서 5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기 웹소설과 웹툰 등을 제작하며 우수 작품들을 서비스 해오고 있는 콘텐츠 제작 기업 ‘엠스토리허브’에도 투자했다. 컴투스는 이를 통해 지속 성장하는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그간 ‘모바일 게임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웠던 컴투스가 올해 모바일을 넘어 PC 플랫폼으로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게임 외에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것 역시 사업 다각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컴투스는 지난해 10월 독일 게임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이하 OOTP)’를 인수하며 해외 게임사 M&A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OOTP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 ‘OOTP 베이스볼’과 ‘프랜차이즈 하키 매니저’ 등의 흥행작을 보유한 게임사다. 컴투스는 이 회사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총 1500만유로(약 203억원)를 들였다. 컴투스는 OOTP와의 협업을기반으로 공식 라이선스 기반의 스포츠 게임 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대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컴투스 측은 "국내외 다양한 유망 기업에 대한 M&A를 통해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및 분야에 관계없이 전도유망한 여러 기업과 함께 콘텐츠 및 게임 분야에서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게임즈, 공모자금으로 ‘화끈’한 베팅도 ‘턱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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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의 M&A 이력도 꽤나 화려하다. 카카오게임즈는 IPO 당시 자체 개발 게임과 IP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투자에 있어 꽤 신중한 전략을 택한다. 단번에 회사를 인수하기보다는 개발사와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작품을 퍼블리싱하며 투자를 병행한다. 이후 해당 작품이 흥행하면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개발사를 계열사를 편입하는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 M&A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2월 단행한 엑스엘게임즈 인수 건이다. 엑스엘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달빛조각사’를 개발한 게임사로, 카카오게임즈는 1180억원을 들여 이 회사 지분 53%와 함께 경영권을 확보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달빛조각사’에 대한 판권계약을 맺으면서 이 회사에 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12월에는 약 2000억원을 들여 게임 개발 및 e스포츠 사업 등을 전개하는 기업 넵튠의 최대주주에 올라서기도 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이 회사에 약 390억원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3분기 넵튠의 자회사인 님블뉴런이 개발한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을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한다.

지난해에는 세컨드다이브, 오션드라이브,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등 유망 게임개발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현재 각 사에 대한 지분을 약 20%씩 보유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각사가 개발 중인 게임을 조만간 퍼블리싱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는 주식발행한도를 두 배로 늘리는 안건이 올라있다. 글로벌 사업 강화에 쓸 자본 확충을 위한 선제적 조치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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