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웅환 SKT ESG혁신그룹장 "이젠 성능 지향 아닌 맞춤형 기술 경쟁 시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5 14:55

반도체 설계 기술자서 ESG 전문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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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웅환 SKT ESG혁신그룹장(부사장). SKT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현대 기업이 갖춰야 할 기본 덕목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얼마나 환경친화적인 과정을 거쳐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지 세상에 전달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유웅환 SK텔레콤 ESG혁신그룹장(부사장)은 15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친환경·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했다.

SK그룹이 오는 24일 최태원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최근 활발한 ESG경영을 펼쳐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업 최초로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겠다는 글로벌 기업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해 눈길을 끈데 이어 오는 2025년 수소 생태계 조성에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SK그룹 계열사 중 통신업체인 SKT의 ESG 행보가 단연 돋보인다. 환경친화적인 경영에서 ‘국내 통신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잇따라 거머쥐고 있어서다. 이달에는 통신기술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해 국내 통신업계 최초로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박사인 유 그룹장은 인텔 엔지니어와 수석매니저 등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0년을 보냈다.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반도체 엔지니어링과 미래기술 관련 총괄 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후보 캠프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 반도체 설계 기술자서 ESG 경영 전문가로 변신…"ICT분야도 환경경영 중요"

오랫동안 반도체 설계자로 활동하던 그가 SKT의 ESG혁신그룹장 자리에 오른 이유는 그의 철학이 ‘고객·구성원·이해관계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SKT의 경영가치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유 그룹장은 "나는 기술자이지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늘 우리가 가진 기술로 사람과 사회 그리고 환경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발전과 함께 환경적 문제도 다수 발생하기 때문에 업계를 이끄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하고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늘려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ICT기업들이 화석연료를 직접 쓰는 비율은 낮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수요와 네트워크가 늘어나면서 전자 기기의 전력 소모도 급증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졌다. 유 그룹장은 기술발전 속도가 다른 업종보다 빠른 ICT업계에서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만 추구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술 개발을 하더라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ICT기기 폭증…빅테크 기업의 환경적 책임 중요해져"

유 그룹장은 "ICT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중앙시스템인 데이터센터를 거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 폰이나 자동차 등 통신의 맨 끝단인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양의 정보를 기기들끼리 바로 전달하면 에너지가 100분의 1로 줄어들면서 탄소도 감축할 수 있다는 원리다. 실제 SKT는 데이터를 기기에서 처리하는 ‘모바일 에지 컴퓨팅 서비스’를 국내 상용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구글이나 아마존 등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들도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적용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클라우드를 운영한다지만 운영 뿐 아니라 전송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더 많이 배출된다"며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보다 이제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低)지연’이 핵심 기술로 꼽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에지 컴퓨팅이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의료수술 로봇은 의료 사고가 나지 않도록 수술중에 빠르게 행동해야 하고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멈춰서야 하는 등에 필요한 저지연 기술은 에지 컴퓨팅과 연결된다.

◇ "‘성능지향→환경 의무’ 시대적 가치 변화에 ICT업계도 발 맞춰야"

고성능을 지향하는 통신업계에서 환경까지 고려한 기술을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과거 성능지향적이었던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기업들도 환경적 의무를 다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유 그룹장은 "이제는 성능지향적이 아닌 개별맞춤형 시대"라며 "과거에는 제품이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용량이 큰 지, 얼마나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는지 등 ‘퍼포먼스’가 경쟁이자 회사의 이미지와 고객들의 충성을 결정하는 시대였지만 앞으로는 맞춤형 기술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20~30% 올라가면서 환경 부담도 가중된다. 그래서 기업들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전체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어떤 환경친화적인 과정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유 그룹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CT기업들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아마존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은 환경친화적인 ICT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온실가스와 플라스틱을 줄이고 맑은 물과 공기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웅환 SKT ESG혁신그룹장은

△인천 출생(49)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2001~2011 인텔 수석 매니저 △2011~2013 삼성전자 수석(그룹장) △2013~2014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최연소 상무(팀장) △2015~2016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2017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중앙선대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혁명분과 공동위원장 △2018~ 2020 SK텔레콤 SV Innovation 센터장 △2021~현재 SK텔레콤 ESG혁신그룹장(부사장)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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