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진출 건설사 "사업화 힘드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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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건설이 수립한 ‘2025 전략’에 따라 개발된 ‘H클린팜’.

[에너지경제신문 최지혜 기자] 스마트팜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대형 건설사들이 아직까지 사업 구체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농업 관련 전문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아 사업이 지체되는 모양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팜 산업에 뛰어들었던 건설사들이 관련 기술개발, 사업계획 수립 등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스마트팜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마트팜은 농경업에 ICT를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의 생산환경을 적절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올해 스마트팜 기술개발에 406억원을 지원하는 등 관련산업 투자에 적극 나섰다. 이에 건설사들도 앞다퉈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천명하고 스마트팜 사업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입주민이 직접 잎채소를 기를 수 있는 ‘H클린팜’을 선보였다. H클린팜은 강화유리와 LED 조명으로 빛, 온도, 습도 등 식물 생육에 필요한 환경요소를 인공적으로 제어해 오염물질 없는 작물재배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H클린팜이 도입된 단지는 없으며 테스트와 모니터링 단계에 수개월 째 머물고 있다. 현대건설이 재개발을 맡은 한남3구역에 향후 도입 예정이지만 커뮤니티 시설에 적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GS건설은 2019년 11월께 스마트팜 사업 등 신사업 계획을 쏟아냈지만 아직까지 스마트팜 관련 사업의 첫발을 떼지 못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스마트팜 사업은 현재 사업성·방향성 등을 검토중이며 아직 구체적인 R&D(개발·투자), 사업성 등의 뚜렷한 계획은 없다"며 "전문성이 강한 농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스마트팜의 특정 아이템을 추진하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직접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 기업에 투자하는 건설사도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컨테이너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올레팜’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다. 앞서 호반건설도 법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통해 도심형 스마트팜 업체 ‘쎄슬프라이머스’에 투자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스마트팜 분야 전문 기업들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마트팜 생산업체인 ‘그린랩스’는 농장의 환경을 제어하고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가 식물과 가축을 생산·사육하는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도록 돕고 있다. 또 네이버와 협력을 통해 생산물의 라이브 커머스도 운영해 3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현재는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며 베트남에서 국산 딸기를 재배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서브웨이 샌드위치와 버거킹 햄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의 상당량을 공급하는 ‘팜에이트’는 국내 최대 스마트팜 사업자다. 평택 본사를 비롯해 서울, 경기도 화성·이천, 충남 천안 등에서 150여 종의 채소를 재배하고 있으며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사 등에 수직실내농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현동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 개발과 연구원은 "스마트팜은 외부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작물 생산에 최적화된 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를 위해 일사량 센서, 온도·습도 센서, 풍향·풍속 센서 등 시설적 인프라가 요구된다"며 "기술개발에 자본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신사업 분야로서 자체적으로 별도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jihy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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