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연이은 K-제약바이오 대박의 힘은 벤처투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3.30 10:47

- [인터뷰]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 기술에 목마른 제약사, 바이오벤처 투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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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이나경 기자] "로슈,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거대 제약기업(빅파마)들의 60∼70%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인수하거나 공동 개발 등의 방식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벤처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은 국내 바이오 산업의 좋은 흐름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3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의 활발한 바이오벤처 투자 흐름이 결국 국내 바이오산업 성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도 바이오 벤처들이 가진 기술력은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해 이를 활용해 기술수출 잭팟을 터트리는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례도 늘고 있다"며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제약바이오 산업에 무작정 뛰어드는 건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하며 롯데와 바이오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 협력을 예로 들었다.

롯데는 최근 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의 지분 인수를 통해 바이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롯데는 엔지켐의 지분을 인수해 2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롯데 입장에서는 엔지켐이 보유한 신약개발 기술 및 의약품 위탁생산(CMO) 사업 능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신약 개발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자체 개발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오 벤처와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벤처와 미래공동 연구 및 임상, 기술 도입 등에서 합을 맞추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후보물질이나 기술력을 통해 빠른 신약개발과 수익창출을 노리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은 대표적인 ‘대박’ 사례로 유한양행과 오스크텍의 협력을 꼽았다. 2015년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전임상 직전 단계의 약물인 렉라자를 도입했다. 이후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 개발, 전임상과 임상을 통해 가치를 높여 지난 1월 국내 31번째로 신약허가를 받은 바 있다. 보통 10년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대폭 줄인 것. 이 밖에도 유한양행은 지난해 국내 바이오벤처 7곳에 500억원이 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올해 초 30억원을 들여 투자를 단행한 바이오벤처 에이프릴바이오에 100억원을 추가 출자해 회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회사의 신약 연구과제 중 절반 이상이 외부협력을 통해 진행 중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유한양행이 지금까지 투자한 국내 바이오 벤처는 총 35곳이며 이중 총 5건, 약 4조원의 기술 수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셀트리온과 바이오벤처 휴마시스의 협력 사례도 눈에 띈다. 양사는 코로나19 이후 진단키트 공동개발에 나섰다. 휴마시스의 경우 코로나19를 비롯 B형과 C형 간염, 에이즈, 인플루엔자 등에 대한 다양한 진단시약을 개발해온 진단키트 기업이다. 진단키트 생산 설비가 없는 셀트리온은 휴마시스의 진단키트 개발 및 생산 기술을 빌려 진단키트 시장에 진출해 신흥 강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실제 셀트리온은 휴마시스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항원신속키트로 최근 미국 뉴욕 소재 진단키트 및 개인보호장비 전문 도매유통사 ‘프라임 헬스케어 디스트리뷰터스’와 약 2400억원 규모의 진단키트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휴마시스 역시 관련 진단키트를 총 44개국에 220억원 규모로 공급한 바 있다. 현재 양사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 A·B형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항원 진단키트에 대해서도 지난 11월 유럽 CE 인증을 완료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사는 바이오벤처 투자를 통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빠른 신약개발이 가능하고 자금력이 다소 떨어지는 바이오벤처에겐 자금을 확보해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개발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nak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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