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재생에너지 꿈' 실현할 시장개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05 10:01   수정 2021.04.05 10:01:21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우리 인류는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위 이지에너지(easy energy)를 끊임없이 찾고 개발해 가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최초의 인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인력과 축력 그리고 수차, 풍차 등을 이용하는 자연에너지에 의존해오다 비로소 18세기 산업혁명기 즈음에 에너지역사의 대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지에너지가 자연에너지에서 화석에너지로 바뀌는 대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산업혁명기 초기에는 주로 석탄에 의존했으나 20세기 전후로 석유, 천연가스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화석에너지는 사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매장량도 무궁무진해서 완전한 이지에너지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반을 넘어서자, 공해문제가 대두되고, 1970년 대 두 차례의 석유위기를 거치면서 화석에너지 특히 석유의 이지에너지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 때 화석에너지의 환경적 약점과 고갈 위험성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원자력이 개발되어 한 때 제3의 불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새로운 이지에너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원자력은 세 차례의 대형사고로, 화석에너지는 기후변화 이슈의 부각으로 이지에너지로서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에너지 상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잠재력만 확인된 미완의 투수와 같다. 완전히 믿고 게임을 맡길 수 있는 선발투수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위기 상황에서 원포인트 릴리프의 역할을 맡겨도 아직은 불안하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 분명 대형 투수가 될 수 있는 재목임에는 틀림없다. 태양광, 풍력은 바로 그런 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등이 그 잠재력이 만개하여 완전한 이지에너지가 되는 날 우리 인류는 에너지고갈, 방사능, 지구온난화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꿈이 이루어 질 것이다.

꿈은 언젠가는 이뤄지겠지만, 현실을 무시하고 꿈만 쫓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지에너지로서의 가치를 점차 상실해가고 있는 전통 에너지를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파리협약으로 상징되고 있듯이 전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경제로 진입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달려갈 수도 없다. 결국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서서히 증가시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마치 미완의 신인투수의 발전 속도에 맞춰, 베테랑투수의 투구 수를 줄여나가는 구단이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꾸준히 낼 수 있는 것과 같다.

신재생에너지가 완전한 이지에너지가 되는 날까지는, 마치 신인투수를 보살피듯이, 신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수급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시장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기 수급의 불안정성은 수 천만 전기 수용가들이 수시로 전기스위치를 올리고 내릴 때마다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수요 측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공급관리가 중요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 태양과 바람에 따라 공급이 출렁되는 불안정성이 가세한다. 수요관리 또한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수 백 개의 발전설비를 상대하는 공급관리보다 수 천만 수용가를 상대해야 하는 수요관리가 훨씬 까다롭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소비자와 생산자로 이루어진 시장의 수급 안정은 규제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꾀할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론뿐만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현재 한전은 도매시장에서는 수요독점, 소매시장에서는 공급독점자의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유통망까지 장악하고 있다. 만약 방송국이 KBS 하나만 있다면, 미스터트롯, 무한도전, 태양의 후예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었을까? 여러 방송국이 시청자의 다양한 취향에 맞추는 경쟁 과정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전기시장도 마찬가지다. 수천만 수용가의 정교한 수요 관리는 다양한 전기공급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할 때 가능해진다.



정교한 수요관리가 안 되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독점체제에서 탈피해 경쟁을 도입하는 시장개편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저탄소경제도 모두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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