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표 혁신 ‘드라이브’는 ‘적자사업’ 과감한 정리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05 15:15

‘적자사업’ 과감한 정리···미래사업에 힘 실을 듯



안드로이드 단말 경쟁체제 무너져···통신업계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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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정희순 기자]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 사업과 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 하겠습니다.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해나가겠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지주사 LG(주)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한 말이다. LG전자가 5일 모바일 사업 철수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구광모 회장이 추진하는 그룹 혁신에는 더욱 속도가 날 전망이다. 3700여명에 달하는 인력들을 미래차·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분야에 집중 배치하고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워 체질 개선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품 생산이 중단되는 만큼 국내 스마트폰·통신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구 회장 취임 4년 ‘선택과 집중’ 광폭행보 

 


구 회장은 2018년 6월 취임 이후 ‘실용성’을 키워드로 꾸준히 변화를 추구해왔다. 이번에 모바일 사업에서 과감한 철수를 결정한 것도 주력 사업 고도화와 미래 사업 육성 의지를 더욱 분명히 드러낸 결과로 읽힌다.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작년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구 회장은 이 때문에 취임 직후부터 해당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깊게 고민해왔다고 전해진다. 사업부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자 발 빠른 결단을 내린 것도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사업 철수로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게 된 LG는 앞으로 전자, 화학, 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을 고도화하고 배터리, 자동차 전장,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변화 동력의 근간은 구 회장이 그간 꾸준히 강조해온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가전과 전장, B2B 등 ‘삼각편대’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미래 성장에 대응할 방침이다. 생활가전과 TV 등 기존 주력 사업은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사업 ‘LG 씽큐’, ‘webOS’ 등을 강화해 고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에 약 8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50% 이상을 확보했다. 알폰소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활용해 LG TV 사용 고객에게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가전 사업 중 렌탈(대여)과 관리(케어솔루션) 사업을 전문화해서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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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마그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설립 관련 이미지.


미래차로 대표되는 전장 사업 역시 LG가 주력하는 미래 신성장 동력이다.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 인수를 시작으로 전장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온 LG전자는 올해를 종합 전장 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았다.

최근 스위트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손을 잡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알루토‘를 출범했다. 오는 7월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3700여명에 달하는 모바일 사업부 인력들을 미래차·AI 쪽으로 집중 배치할 것으로 예상한다.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직후인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며 체질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또 2019년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세리스템즈,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올레드 사업, 수처리 자회사 LG유플러스 전자결제사업 등을 연이어 청산 또는 매각했다.


 

단말 경쟁 체제 무너져···스마트폰·통신 업계도 ‘예의주시’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로 통신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단말의 폭이 좁아짐에 따라 가격이나 서비스 경쟁이 줄어들어 고객 효용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격이나 서비스 면에서 다각도로 경쟁을 벌여왔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글로벌 경쟁 체제라 하더라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던 고객이 당장 아이폰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삼성전자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본다. 토종 제조사는 삼성전자만 남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 경쟁이나 AS 등 서비스 경쟁은 기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G전자의 중저가형 단말 판매로 짭짤한 수익을 거둬왔던 알뜰폰 업계도 일부 타격이 예상된다. 알뜰폰 업계의 LG전자 단말 판매 비중은 전체 라인업의 4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LG전자 라인업이 빠져 판매할 수 있는 단말의 선택지가 좁아진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다만 알뜰폰 가입자 상당수가 후불 유심 가입자이기 때문에 아주 큰 타격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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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LG 벨벳’ 제품 이미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 체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10%였다. 작년 1월 점유율이 18%, 2월 14%였던 것과 비교하면 각 8%포인트, 4%포인트 떨어졌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함에 따라 아이폰보다는 이미 익숙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진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65%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1 시리즈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2·갤럭시Z플립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2년 전 제품인 LG V50 씽큐까지 포함하며 공백을 노리고 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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