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섰지만…韓 대기업 ‘줄파업 공포’ 초긴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6.05.02 16:22

삼성바이오로직스 창사 이래 첫 총파업…노조 투쟁 이틀째 이어져
삼성전자 DS ‘상식 밖 행보’ 지속…사내 갈등도 확산 조짐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파업 공포'에 떨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노조가 일인당 수억원의 성과급이나 두 자릿수 연봉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기치를 내걸고 있어서다. 이들은 반도체·의약품 등 생산라인이 멈추면 수십조원대 손실을 입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노조의 경우 사내 구성원간 갈등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거나 대통령의 경고도 무시하는 등 상식 밖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평균연봉 1억1400만원' 삼성바이오 이틀째 총파업

2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부는 전날과 이날 이틀 연속 총파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이 연차휴가를 내고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 방식의 쟁의행위다. 별도의 단체 행동은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총파업을 진행한 것은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조는 임금 14% 인상, 일인당 3000만원씩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3월까지 13차례 이같은 안을 두고 대화를 나눴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5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로 인한 손실은 수천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전면 파업에 앞서 지난달 28~30일 진행된 부분파업으로 인해 1500억원 수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는 인원 부족으로 일부 약품 생산을 불가피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항암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등 환자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품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가 이른 시일 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사측은 지급 여력과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 등을 고려했을 때 노조의 현재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오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가 다시 만나지만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회사가 입는 피해는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연속 공정 특성상 라인이 잠시라도 멈추면 단백질 변질 등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품을 폐기해야 하는 이슈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노조는 이를 활용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굵직한 요구안을 100% 수용했을 때 금액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보다 작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 직원은 작년 말 기준 총 5195명이다. 평균 연봉은 1억1400만원이다.


삼성 로고.

▲삼성 로고.

도 넘은 삼성전자 DS 노조…사내 갈등도 나몰라라

삼성전자 노조는 디바이스솔루션(DS)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상식 밖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사내 직원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회사 인사권에 개입하려 하는 등 '선'을 넘는 중이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의 핵심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여론은 싸늘하게 식어 있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가는 배당이나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액보다 훨씬 큰 금액을 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원이 50조원 이상 필요할 전망이다. DS 직원 일인당 최대 5억원 정도씩 받아가는 수준이다. 노조는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잘 나오자 협상 중간에 말을 바꿔 성과급 액수를 올리기도 했다.


각종 논란도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임직원 개인정보를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등 시끄러운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노조는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기획하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닌데다 보수도 받지 않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최근 동남아시아로 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창사 이래 최대 파업을 눈앞에 두고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에 조합원들이 술렁이는 모습이다.


최 위원장은 휴가지에서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의 이같은 행보가 DS 구성원들만의 '돈잔치'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12만8881명이다. 이 중 DS 직원이 7만8064명으로 과반 이상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올해 임금협상을 주도하며 '성과급 생떼'를 쓰고 있다.


지금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DS 직원들은 올해 일인당 5억~7억원씩 성과급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디바이스경험(DX) 내 일부 사업부 직원들은 수백만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사내 구성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DS 구성원들은 자사주 한 주(약 20만원)도 다른 사업부와 나눌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도 '노조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영업이익·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거나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HD현대, 한화오션 등 중후장대 기업들도 올해 협상 과정을 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친노동 성향' 대통령도 작심 비판…노조는 “남 얘기"

상황이 이렇자 이재명 대통령도 나섰다. 친노동 성향의 이 대통령이 '작심 비판'을 했다는 점에 재계와 노동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사측은 노동자를 기업운영의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하며 노동자와 노조도 책임 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 노동자들 상호 간에도 연대 의식을 발휘해주면 좋겠다"며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해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모두가 또는 모든 국민이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임 의식과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LG유플러스를 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지부는 1일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이 언론과 조합원 커뮤니티를 통해 대통령의 '과도한 요구' 발언이 본인들이 아닌 LG유플러스 노조를 향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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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의 파업 관련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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