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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7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의 최고 90%까지 책정하는 내용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지난 2월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앞서 2016년 8월 제도 시행 후 HUG는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통해 분양가를 과도하게 통제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분양가 상한선을 낮게 설정해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격차가 커 입주 후 과도한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자의 유입으로 이른바 ‘로또 청약’ 광풍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새로운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적용되자 분양시장 내에서는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 통제를 받고 있다. 이에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은 서울 등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지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경기 광명·하남·과천 13개동 등 322개동이다. 이렇다 보니 조만간 지방의 분양가가 더 높은 ‘분양가 역전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벌써 HUG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한 지 한 달여 만에 대구 아파트 전용 84㎡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구 수성구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만촌역’ 아파트 84㎡(전용면적) 분양가(26층 이상)는 8억9926만원에 책정됐다. 확장비 3000만원을 포함하면 9억2000만원에 달한다.전용 136㎡도 13억5573만원(26층 이상)에 확장비가 4200만원에 달한다. 이전까지 대구 중소형 아파트 최고 분양가는 2019년 분양된 ‘수성범어 W’로 84㎡ 타입의 분양가는 7억원대였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 등 인기지역의 아파트 3.3㎡당 가격은 4000만원에 육박하는데, 그간에는 1800만원 아래로 통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90% 상한이 적용되면 3600만원까지도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 반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27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모집공고가 나왔던 강동 밀레니얼 중흥S클래스의 경우 평당 분양가는 2500~2600만원이었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분양가는 올해 들어 낮아진 반면 지방 광역시는 오르는 모습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2월 ㎡당 평균 분양가가 856만 6000원이었지만 지난 2월에는 854만 원으로 2만6000원(0.3%) 떨어졌다. 반면 지방 광역시의 경우 울산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이 기간 동안 분양가격이 올랐다.
서울과 수도권 등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분양가 규제로 시세 차익을 기대해 로또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수 있고, 고분양가 심사 기준 완화에 따른 분양가 급등으로 수요자들은 현금 마련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로 실수요자들의 청약시장 유입이 저하될 우려가 나온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으면 공적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금과 함께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을 수분양자가 직접 조달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아파트 청약이 사실상 현금부자만의 리그로 변질될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분양가 심사기준이 크게 완화되면서 사실상 분양가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다"며 "특히 분양가가 급등에 현금 여력이 없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청약 시장 문턱이 더 높아져 현금부자들만의 리그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son9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