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 83조 취득…금융기관 차입액 17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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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
가계 금융기관 차입금도 역대 기록을 세웠다. 가계 주식투자의 대부분이 대출을 이용한 빚투(빚내서 투자)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를 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19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92조2000억원)의 2.1배 수준으로, 직전 최대 기록인 2015년의 95조원을 넘어섰다.
순자금 운용액은 해당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보통 가계는 이 순자금 운용액이 양(+)인 상태에서 여윳돈을 예금이나 투자 등의 방식으로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주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가계 순자금 운용액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정부로부터의 이전소득 등으로 소득은 늘어난 반면,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 가계와 여윳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지난해 가계의 전체 자금 운용 규모는 365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자금 운용을 부문별로 보면, 가계의 지분증권·투자펀드(76조7000억원)는 2019년(-3조8000억원)보다 80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투자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에만 83조3000억원 자금을 운용했다. 한해 거주자 발행 주식과 출자지분(국내주식) 63조2000억원어치와 해외주식 20조1000억원어치를 취득했는데, 이는 기존 기록(국내주식 2018년 21조8000억원·해외주식 2019년 2조1000억원)을 모두 넘어섰다.
가계의 결제성 예금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42조4000억원이나 늘었는데, 주식 투자 증가 속도에 미치지는 못했다.
가계 전체 금융자산 내 주식·투자펀드 비중은 2019년 18.1%에서 2020년 21.8%로 증가했다. 주식만 보면 15.3%에서 19.4%로 비중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 조달액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는 지난해 173조5000억원의 자금을 끌어왔는데, 이 중 금융기관 차입은 171조7000억원에 달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순조달 규모가 88조3000억원으로, 전년(61조1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기업은 자금 운용액보다 자금 조달액이 많아 순자금 운용액이 음(-)인 ‘순자금 조달’ 상태가 많다.
한은 관계자는 "전기전자 업종 중심으로 영업이익은 개선됐는데, 단기 운전자금과 장기 시설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순조달 규모가 확대됐다"고 했다.
정부 부문은 2019년 29조5000억원의 자금 순운용 상태에서, 지난해 27조1000억원의 순조달 상태로 돌아섰다. 정부가 끌어쓴 자금이 더 많은 ‘순조달’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5조원을 순조달한 이후 처음이다.
앞의 관계자는 "정부 소비·투자가 확대되고 보조금 등 코로나19에 따른 이전 지출이 크게 늘어 정부 자금 상태가 순조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