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수요하락에 횡보하는 '닥터코퍼'...가격반등 기회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12 14:11

원자재 슈퍼사이클 온다는 기대와 다른 현실

중국 수요 하락으로 구리 가격하락

달러 강세,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한 봉쇄도 가격 내려

에어컨 제조업체, 서방국가 회복하면 반등할 것

구리

▲구리(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곽수연 기자] 원자재 슈퍼사이클 기대 속 호황이 예상됐던 ‘구리 가격’이 예상과 다르게 횡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의 구리 시장의 전망과 추후 가격이 제각각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 (LME)에서 구리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09% 빠진 톤당 899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월 고점인 9614.50달러 대비 6.5% 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광물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은 12일 "구리 매수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들은 통상 2분기에 중국 (구리) 소비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수요 회복 지연에 따른 구리가격 하락의 리스크에 처해 있다"며 "원자재 슈퍼사이클 가도 속에 돈을 쏟아 부은 강세론자들은 중국 정부의 긴축조짐, 강달러, 유럽 중심의 봉쇄조치 등에 따른 두려움으로 이미 비중을 줄인 상황이다"라고 보도했다.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 스펙트론의 브로커인 아나 스태블럼은 "갈 여력이 없어보여 지금 이 시점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라며 "구리에 투자할 목적으로 들어갔던 금액은 단기적 수익을 누릴 수 있는 투자처로 모두 옮겨졌다"고 밝혔다.

구리 가격이 치솟았던 연초 때와는 분위기가 반전된 셈이다.

실물경기 예측을 가능케 해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구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과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선반영하면서 지난 2월 가격이 10년만에 9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구리 수요국인 중국에서 수요가 위축되면 가격은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동 수요와 공급의 기준이 되는 양산(Yangshan) 프리미엄은 지난 9일 기준 톤당 51.50달러로 하락했는데 이는 작년 11월 24일 이후 최저점이다. 수입산 금속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닝닷컴은 "새로운 촉매제가 없다 보니 2월 이후 가격이 톤당 8500-9300달러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구리가격이 수요자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에 위치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CRU의 허 티앤유 애널리스트는 "선재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늘어나면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지 않을 것이다"며 "케이블 제조업체 또한 4월 중순까지 구입을 미룰 것이다"고 밝혔다.

구리에 대한 수요가 저조하니 재고도 쌓여 있다. 3월 LME 구리재고는 2배가량 늘었고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는 재고가 7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1-04-12_140042

▲지난 3개월간 구리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구리시장 전망 제각각...가격도 천차만별

이런 상황에서 구리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리 수요가 계속 줄어들 반면 공급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솔루션 원자재 총괄 아울레리아 브리치(Aurelia Britsch)은 "채굴과 제련을 통해 2021년 구리 공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페루, 파나마, 콩고 공화국, 인도네시아에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싼 고철로 소비자들이 시선을 돌리는 것 또한 구리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의 리우 즈페이 애널리스트는 "고철로의 대체효과는 올해 중국의 구리수요 증가율을 작년보다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올 2분기를 기점으로 구리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구리 트레이더는 "2분기에 에어컨 제조업이 활력을 띠기 시작하면 구리 가격이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여기에 3, 4분기 서방 국가에서 구리 소비가 회복되면 가격은 또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튜브 제조업체 관계자는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판매가를 높이고 있다"며 "경기부양책으로 전세계에 풀린 유동성 때문에 구리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또 리우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가전 및 자동차 부문에서 구리 수요는 예상보다는 낫다"며 "앞으로 몇 년간 재생에너지와 건설부문에서 구리 수요도 견고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구리 가격에 대한 온도차도 두드러진다.

브리타니아 글로벌 마켓의 닐 웰시 브로커는 "현물투자자들은 가격이 6000~7000 달러에 형성되어야 하는 반면 투기적 투자자들은 1만 달러 이상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가격은 톤당 8660∼8670달러에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현물투자자와 투기세력간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로 구도가 좁혀진다"고 덧붙였다.

곽수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