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까지 틀어막은 정부…극약처방 택한 진짜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2 13:20

갭투자·전세사기 막는다며 칼 빼든 정부, 전세대출 한도 대폭 축소
전세는 무이자 저축·내집 마련 징검다리…“실수요자만 피해” 반발
“월세·공공임대 전환은 불가피”…극약처방 속 보완대책 시험대

전월세 이미지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벽에 전월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세 대출을 강하게 조이면서 '전세 종식으로 가는 선진형 전환'이라는 기대와 '실제론 무리한 극약처방'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9·7 부동산 대책에 따라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한도는 기존 최대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줄었고, 다주택자 전세대출은 전면 차단됐다. 정부는 전세 사기와 갭투자 등 전세 고유의 위험을 줄이고 월세·공공임대 중심의 구조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피해와 공급 한계가 동시에 지적된다.




12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를 낀 계약은 120만9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5만3,956건)보다 25.8% 늘어난 수치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2.4%로, 2014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이미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번 대출 규제가 이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9·7 대책은 특히 전세 대출의 문턱을 크게 높인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1주택자가 보증기관에 따라 서울보증보험(SGI) 3억 원, 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기관에서 최대 2억 원까지만 가능하다. 다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아예 막혔다. 전세 퇴거자금 대출도 이미 6·27 대책에서 1억 원으로 제한돼 사실상 '고액 전세'를 위한 금융 지원은 대부분 차단된 셈이다.



문제는 시장 현실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값은 5억5167만 원으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은 6억2000만 원, 강북은 4억9000만 원, 수도권도 3억5500만 원 수준에 이르러 대출 한도와 현장 가격 간 괴리가 뚜렷하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2억 원 대출은 결코 충분하지 않아 실수요자 상당수가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는 단순한 임대 방식이 아니라 사실상 무이자 저축이자 내 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서울·수도권 시장에서 2억 원은 결코 큰돈이 아니다. 결국 실수요자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단기 보완책으로 “빌라·다세대 같은 비(非)아파트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 2억 원 대출로도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며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단기간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정부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전세가 갭투자와 전세 사기의 온상으로 작동해온 만큼 줄이는 게 맞다"며 “선진국처럼 월세·공공임대·장기 모기지 구조로 전환해야 시장 안정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전세 자체가 없고, 일본은 장기 임차 관행이 일반적이다. 안정적인 임대·금융 시스템이 작동하면 시장 변동성이 줄어든다"며 “다만 속도가 너무 빠르면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연착륙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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