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 한국농림기상학회장/서울대 농림생명과학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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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철 한국농림기상학회장/ |
우리는 일상에서 날씨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곤 한다. 그만큼 날씨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기상청이 얼마전 일기예보에서 "내일 아침 영하의 기온에 서리까지내리니 농작물 저온피해에 대비하라"며 4월에 어울리지 않게 한파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것을 보며 지난해 이맘때에도 ‘영하권 이상기온으로 전국 사과, 배, 복숭아 과수농가 냉해로 시름’ 이라는 기사가 실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제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는 뉴노멀의 기후변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기후변화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기후변화의 원인물질로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의 농도가 280ppm에서 415ppm으로 높아지고,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할 때 무려 1.1℃ 가까이 상승하여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상기상 현상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농업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로 농업의 안정적인 식량 생산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농업이야말로 기후 의존도가 아주 높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서 병충해가 증가하고, 재배 적지가 변화하며, 가용 농업용수가 변하여 직접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봄철 냉해와 54일간의 역대급 긴 장마로 쌀 생산량이 지난 52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과일과 무우 배추등 채소류 가격이 폭등하였다. 세계적으로 식량위기를 초래한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심한 가뭄으로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하고,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인 미얀마를 태풍 ‘나르기스‘가 강타하면서 쌀 생산에 큰 타격을 받는 등 기상이변 탓에 세계 곡물가격이 무려 73% 상승한 것을 말한다. 곡물자급률이 21%(2019년)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농업에 있어서 기후변화 대응 기술은 첫째 ’기후변화 예측기술’로 미래기후예측과 병해충 및 농업생산 환경을 예측하는 기술, 둘째는 ’기후변화 적응기술’로 신품종 개발 기술·맞춤형 농업 재배 기술 및 스마트 생산 시스템 기술, 그리고 셋째는 ’기후변화 완화기술’로 온실가스 배출/흡수원 관측 및 평가 기술·온실가스 발생 저감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들 수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2009년부터 기후스마트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의 개념을 도입하여 세계 각국에 전파하고 있다. 기후스마트농업의 개념은 식량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기상이변에도 농업 시스템의 적응력을 향상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농업개발사업을 말한다. 따라서 태풍과 같은 기상재해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기후스마트농업의 기술력을 향상하는 연구개발 R&D 예산을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식량 부족으로 보릿고개의 어려운 시기를 경험했다. 1960∼1970년대에 정부의 식량 자급을 위한 적극적인 농업기술개발 투자지원정책으로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육종하여 식량 자급을 달성한 녹색혁명을 이루었다.
이제 21세기 기후변화시대 우리 정부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기상청·산림청의 ‘녹색 3청’이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부처 간의 협력으로 농업 생산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제2의 녹색혁명을 이끌기를 바란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기후변화대응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사업에서 농업부문의 투자가 소외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식량위기로 번질 농업에 투자가 확대되어 기후변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농업은 우리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식량을 공급하는 생명 산업으로 재화로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공익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식하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 지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