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분 법정 비율대로 상속할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삼성 일가가 이번주 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을 발표하는 가운데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 등 주요 지분이 어디로 갈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지분을 배우자·자녀들이 법정 비율대로 나눌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이를 ‘몰아주기’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와 이 회사를 지배하는 삼성생명 지분이 대부분인 셈이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주식 상속가액 기준)는 15조 5000억원, 삼성생명은 2조 7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지분이 균등하게 배분되더라도 세부적으로는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병행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 ‘이재용 몰아주기’ 등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51%, 5.01% 보유하는 형식으로 지배구조가 짜여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17.33%)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삼성생명(0.06%)과 삼성전자(0.70%) 지분은 취약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이 모두 상속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재계에서 거론된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나머지 주식과 부동산을 상속받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변수는 상속세다. 이 부회장이 10조원에 가까운 세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 지분을 절반 가량 매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하고 있어 이 부회장이 10% 가량 주식을 던져도 지배력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
증권가에서는 4.18%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 등 일가가 아니라 삼성물산으로 보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럴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상속재산가액 15조 6000억원을 상속받는 대신 법인세 3조 9000억원을 내게 된다. 세율은 25%를 적용받는다.
다만 상속세법은 고인의 직계 비속이나 상속인이 유산을 받은 영리법인의 주주인 경우 이 영리법인에 대한 지분율 만큼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상속세 관련 계산이 복잡해진다. 이 회장이 유언장에 내용을 명시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시도가 성사될 경우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5.01%에서 9% 이상으로 뛰게 된다.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그룹 전체와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낮춰도록 하는 게 골자다. 단점은 삼성전자로부터 나오는 배당금을 총수 일가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는 시나리오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은 덜 수 있고 가족 간 불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론된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다. 이 전 관장이 상속 재산의 3분의 1을, 이 부회장 등 자녀 3명이 나머지 3분의 2를 균분해 나눠 갖게 된다. 그동안 삼성이 이 부회장 중심으로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균등하게 배분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가에서 ‘남매의 난’ 등 분쟁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고(故) 이병철 명예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을 선택했던 것처럼 이 부회장에게 힘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등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가운데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에서 가족간 다툼으로 불협화음을 낼 이유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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