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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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센터장 |
따라서 배출권가격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결정의 가장 핵심적 요소다. 최근 우리나라의 배출권가격은 온실가스 1톤당 1만5000원 근방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내에서 온실가스 1톤당 1만5000원 미만의 온실가스 감축기술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다른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의 평균적인 온실가스 1톤 감축비용은 15만원을 초과한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의 배출권이 부족한 대부분의 기업은 자체적 감축투자가 아닌 저렴한 배출권 구매를 통해서 달성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대응 전략이 되고 있다. 이것은 배출권거래제도가 직접적인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제도적 측면의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다수의 배출권은 기업의 국내 온실가스 감축투자로 인한 투자감축 실적이 아닌 코로나19로 인한 에너지 사용량 감소로 발생된 배출권 잉여량과 해외 개도국의 저렴한 투자를 통해서 얻는 실적이 대부분일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도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활성화를 통해서 지속가능하고 중장기적인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절약실적과 투자감축실적을 분리해야 한다. 절약실적은 코로나19 등 일시적 경제적 상황에 따른 배출저감 효과로서, 중장기 적이지 않으며 언제든 경제상황에 따라 배출량이 증가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배출량을 기반으로 무상으로 정부로부터 받은 배출권을 경제위기로 인해 적게 배출되어 잉여된 배출권을 판매하여 수익화함으로써 투자감축 실적대비 환경건전성이 우수하다고 할 수 없다. 얼마전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배출권거래제도의 할당을 받은 기업의 내부감축실적과 국내 외부감축실적에 대한 보호조치를 통해서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A 기업은 15만원을 들여 1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B기업은 1만5000원을 들여 1톤의 배출권을 구매하여 두 기업 모두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비용효과적 온실가스 감축제도인 배출권거래제도의 제도적 운영원칙에는 모두가 부합되는 셈이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여 기업 자체적인 감축에 투자를 한 A기업은 배출권거래제도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 되며, 나아가 대다수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투자없이 배출권 구매만으로 목표를 달성함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와 목표달성에서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출권거래제도에서 자체 투자감축실적에 부여하는 내부감축실적과 국내 외부감축실적에 대하여 이월제한 요건을 면제해주는 등의 가장 기초적인 조치가 선행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만으로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실적은 절약에서 발생된 타 실적대비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거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 유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는 기업의 목표달성을 뛰어넘어 많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투자확대를 통한 국가 경제활성화, 온실가스 감축기술 산업의 성장, 일자리 창출, 감축기술의 발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공편익을 창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보다 10여년 먼저 배출권거래제도를 시행한 유럽연합도 경제위기로 인한 배출권 잉여로 인해 배출권가격이 폭락하는 시기를 거쳐 목표달성에 사용가능한 외부의 감축실적 등을 변경 하는 등의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도의 1차적 목표는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목적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와 더불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30년과 2050년의 중장기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유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