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승의 부동산뷰]10·15 대책 ‘풍선효과’ 뚜렷…“집값 떨어지던 인천까지 들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1.05 10:56

규제 피해간 구리·동탄 등 상급지 호가 상승 이어져
그간 잠잠했던 인천 등 집값 하락 지역도 실수요자↑
현장서는 장기적 상승 전망…전문가들은 관망 추천
“실수요 시장으로 투자 가치 낮아 풍선 효과 단기적”

부동산뷰

▲경기도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을 중심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동탄·구리, 인천 등 비규제지역의 수요가 확산되면서 매물이 소진되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돌아 본 해당 지역 현장은 거래가 다소 늘어나는 등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가격이 오르는 등 장세가 뜨거워진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현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풍선효과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과열된 추격 매수보다는 시장 안정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구 △안양시 만안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남양주시 △부천시 △인천 송도 등에서 대체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서울 전역과 분당·과천·하남 등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담보인정비율(LTV)을 낮추는 등 10·15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후 나타나고 있는 후폭풍이다.



대표적인 풍선 효과 수혜 지역으로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직후 상급지로 부상한 동탄과 구리가 거론된다. 게다가 그동안 집값이 떨어지던 인천 송도·청라 등의 지역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집값 오름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현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토허제 이후 구리 브랜드 아파트 호가 1억원 이상 올라…인천도 '서울 손님' 늘어

실제로 지난 3일 찾은 경기도 구리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구리시 A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e편한세상 인창 어반포레가 약 1억원이 올랐다"며 “오늘은 주 초반이라 다소 조용하지만 지난 주에는 방문 고객이 많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문의가 늘어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구축은 가격 상승 폭이 크지 않고 대부분 갭투자를 낀 매물인 반면 신축일수록 거래가 빠르고 가격 반영도 즉각적"이라며 “현재 거래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일부 단지는 전부 소진된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 B 중개업소 관계자도 “구리의 경우 18평대 브랜드 아파트를 5억원 초반대에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6억~7억원대로 올라섰다"며 “5억원 초반대 매물을 찾으려면 방 두 개에 거실이 없거나 저층 등 조건이 좋지 않은 매물 정도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분위기가 우중충하던 인천 부동산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토허제 지정 이후 신혼부부를 비롯한 실수요자들이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서다. 실제로 현지 공인중개소에서는 “서울에서 온 손님이 많다"는 전언이 나온다.


청라 지역의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인천은 아직 전체적으로는 보합세지만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현재는 급매물이나 저가 매물이 주로 소화되는 단계이다. 인천은 공급과 청약 물량이 많았던 탓에 입주 4년 이상 된 단지에서 매도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온 신혼부부들이 인천을 많이 찾는 만큼, 이런 저가 매물들이 정리되면 점차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근 D 부동산 관계자도 “이제 구축 단지가 많고 브랜드 아파트가 적어 메리트가 떨어지지만, 신축 단지는 여전히 수요가 있고 갈아타기 수요도 꾸준하다"며 “국세청과 청사 입주로 인해 관공서 종사자 중심의 매수가 많이 늘었다. 7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지만, 인프라 개선에 따라 실거주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로도 집값 상승세·매물 축소 뚜렷…실거래가는 아직 혼재 머물러

이같은 '풍선 효과'는 통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10월 4주 화성시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00%에서 0.13%로 올랐다. 구리시도 0.10%에서 0.18%로 확대됐다. 인천은 부천을 제외하면 올해 내내 하락세를 보였으나, 토허제 이후 동구 등이 0.06%에서 0.07%로 소폭 오르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구리시의 매물은 한 달 전보다 9.1% 감소해 2583건에서 2349건으로 줄었다. 화성시는 14259건에서 13633건으로 4.4% 감소했다. 인천도 4만5974건에서 4만4922건으로 매물이2.3% 줄었다.


다만 주간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뚜렷한 상승세는 볼 수 없었다. 지난달 20일 계약된 '토평신명' 전용 64.98㎡는 11억9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대비 1억9500만원(19.6%) 급등했다. 같은 날 거래된 '구리역 한양수자인 리버시티' 역시 9억500만원으로 3000만원(3.4%)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다. 구리 'e편한세상 인창어반포레'는 지난달 16일 전용 59.92㎡가 9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보다 2000만원(2.2%) 뛰었다.


반면 'e편한세상 인창어반포레' 전용 84.99㎡는 지난 31일 11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1700만원(–1.5%) 하락했다. '토평마을 e편한세상' 전용 84.59㎡ 역시 지난달 18일 10억5000만원에 판매돼 가격이 5000만원(–4.5%)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거래된 '토평신명' 전용 84.63㎡는 직전 대비 1억9000만원(–16.0%) 하락한 10억원에 손바뀜했다.


동탄은 상대적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97㎡는 지난달 27일 1억2000만원(9.0%) 상승한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8.0' 전용 65.97㎡도 같은 달 20일 10억8500만원에 계약돼 직전 대비 4500만원(4.3%) 올랐다.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45㎡도 지난달 25일 4000만원(5.8%) 오른 7억29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새로 썼다.


다만 일부 단지에서는 하락세도 나타났다.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7.0' 전용 73.65㎡는 지난달 18일 3000만원(-2.8%) 하락한 10억6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동탄역센트럴상록아파트' 전용 59.96㎡는 같은달 23일 7억4500만원에 거래돼 직전 대비 가격이 2200만원(–2.9%) 하락했다.


인천도 신축 위주로 오름세를 보였다. 서구 '호반써밋1차' 전용 72.54㎡는 지난달 19일 6억4500만원에 거래돼 4700만원(7.9%) 상승한 가격에 손바뀜했다. '루원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전용 73.17㎡는 같은 달 25일 3100만원(5.5%) 오른 5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같은 날 '검단신도시모아엘가그랑데' 전용 59.42㎡는 1900만원(3.5%) 오른 5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루원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전용 73.17㎡는 지난달 27일 4100만원(–6.9%) 하락한 5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호반써밋1차' 전용 72.21㎡도 같은 달 24일 500만원(-0.8%) 하락한 6억5000만원에 판매되는 등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 조정이 나타났다.


전문가들 “패닉바잉 비추천…투자 가치 낮아 일시적 쏠림 현상 가능성 커"

전문가들은 그러나 '풍선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탄·구리 등 실수요 중심 외곽 지역은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기간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하더라도 이후 조정을 거치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또, 외곽 지역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선호도가 낮은 주상복합 비중이 높은 점도 자산 가치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호가 상승은 투기 수요보다는 규제지역의 반사효과, 즉 상대적인 풍선효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규모가 크다고 보긴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두 지역을 비교했을 때,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을 놓고 보면 규제지역에 거주하려던 분들이 자금 사정이 맞지 않으니 부득이하게 비규제지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잠깐 수요가 많아지는 것으로, 일시적인 쏠림 현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똘똘한 한 채'가 대세인 만큼 외부 투자나 투기 수요가 유입될 만큼 매력적인 지역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풍선 효과는 단기간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거라는 전망으로, 현 단계에서 규제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다.


윤 위원은 “생애 최초 구입자라면 대출 한도를 조금 더 받을 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특히 10억원 이하 구간은 LTV 40%가 적용되니, 어느 정도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거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황이라 단기간에 매물이 많이 나오긴 어렵지만, 어쨌든 거래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하반기까지는 조금 지켜보고, 매수하려는 분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움직이는 게 낫지 않나 본다"며 “현재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지만, 점차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풍선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섣 “지금은 실수요자보다는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기 위한 대체 지역으로 동탄이나 구리를 선택하고 있다. 금리도 내려가고 있으니까 이런 지역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집값이 오른다'고 판단하는 이들"이라며 “다만 너무 급하게 쫓아가며 사는 건 자금 계획이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수 있으니, 추격 매수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도 집값은 한 번 오르고, 조정됐다가 다시 오르는 흐름이 반복됐다"며 “지금은 그렇게 쭉 이어질 만큼의 매수세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대세 상승기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 공급 확대에 대한 신호가 강력하게 나오면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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