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FI 3000에 순항하는 해운업...'청주-제주 3000원' 휘청이는 LCC
글로벌 주요 해운운임 지수 최고치 경신...HMM 영업이익 1조원 기대
‘단거리 위주’ LCC 적자행진 지속···제주항공 등 수백억원대 적자 예상
![]() |
▲제주항공 항공기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최근 최대 고민이 항공기 티켓의 제 값을 받는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국내선에서 억지로 수요를 만들어내다보니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해졌기 때문. 한 달에 수십억씩 적자가 나고 있지만 빈 비행기를 띄우느니 몇천원이라도 운임을 받는 게 낫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 국내 대표 해운사 HMM 직원들은 최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해상 물동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추가 근무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에는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HMM은 지난 8월부터 이달 초까지 총 21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항공, 해운 등으로 대표되는 ‘K-운송업’ 기업들 사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K자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감이 넘치는데다 운임까지 뛰며 해운사들이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반면 화물 수송 능력이 떨어져 여객 수요에 집중해야하는 LCC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하는 사이 LCC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3000원짜리 특가 항공권을 팔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CFI는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지수다.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3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요일마다 새 지수를 발표하는 SCFI는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를 맞아 2500~2600선을 맴돌았지만 수에즈 운하 사고 이후 상승세를 탔다.
이 같은 운임 상승은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주와 유럽 노선 운임이 크게 올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미주 서안 항로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6달러(약 6만2000원)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5023달러(약 563만원)를 기록했다. 미주 동안 운임도 1FEU당 732달러(약 82만원) 급증하며 6419달러(약 719만원)를 기록했다.
![]() |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프레스티지(Prestige)호’ |
해운사들은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HMM은 정기 노선 외 임시 선박을 최대한 많이 투입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무량이 갑자기 뛴 탓에 노조 일각에서 정부에 특별보상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2010년부터 10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HMM은 지난해 98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44년만에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올해는 1분기에만 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측된다.
해운업 관련 지표가 하늘로 치솟는 사이 LCC들은 생사 기로에 섰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 운송을 체질개선에 성공해 흑자를 내고 있지만 LCC들은 여객에 의존하고 있어 활로 찾기에 한창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요는 급감했는데 최근 신생 LCC들이 영업을 시작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에어로케이는 최근 청주-제주 노선 항공권을 편도 3000원에 판매했다. 제주항공은 오는 21일까지 국내선 항공권을 99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에어서울은 아예 회원권을 사면 항공기를 계속해서 탈 수 있는 ‘무한리필 항공권’까지 내놨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은 2006년 118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을 2018년 1조 2594억원으로 100배 넘게 성장시켰다. 그랬던 매출액이 작년 37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액이 매출액에 육박하는 3358억원이었다. 티웨이항공 영업손실도 2019년 192억원에서 작년 1743억원으로 805% 늘었다.
K운송업 기업들의 더 큰 고민은 ‘K양극화’로 인한 부작용들을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진해운 파산 결정의 여파가 현재의 물동 대란을 야기한 만큼 LCC를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요가 넘치는데 공급이 부족한 해운업이나 수요 자체가 부족한 LCC나 개별 기업·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