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한반도 대지진·백두산 분화 가능성 대비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09 10:00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2016년에 발생한 규모 5.8 경주지진과 연이은 여러 지진들로 마음 졸인 나날들이 지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한반도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그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지난해 4월에는 해남 지역에서 보름여에 걸쳐 총 400여회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국내외 많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당시 지진들은 깊이 20~22 km에서 가로 500 m, 깊이 300 m 정도 되는 좁은 단층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한반도에서는 흔치 않게 20 km 내외의 깊은 속에서 이런 군집형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군집형 지진은 지난 2013년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도 있었다. 백령도 근해에서는 약 6개월간 최대 규모 4.9에 이르는 지진이 45회 발생했고, 보령 앞바다에서는 규모 0.7~3.5의 지진들이 3개월간 108회 발생했다. 해남 군집형 지진, 보령앞바다 군집형 지진, 백령도 근해 군집형 지진들 모두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로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

10년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나라 지진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진앙 방향으로 동해안 지역에서는 5 cm 가량, 서해안 지역에서는 2 cm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3 cm 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 결과, 한반도 지각의 강도가 낮아지고, 지진파 속도도 3% 감소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내 응력 불균형이 발생하고,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 임계치가 낮아지면서 응력이 쌓여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증가했다. 지각과 응력 환경 변화로 한반도 지진 발생 빈도가 동일본 대지진 이전 수준의 2배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큰 지진 증가가 주목된다. 한반도에서는 1978년부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까지 33년간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모두 5차례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10년간 규모 5이상의 지진이 5차례 발생했다. 이렇듯 동일본 대지진 후 지진 발생 횟수와 발생 지진의 크기가 증가했다. 이러한 지진 환경 변화는 보다 더 큰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역사기록물은 과거 지진 발생 이력 확인에 유용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 다양한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1900회 가량의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는 규모 7 내외의 지진으로 평가되는 지진도 있다. 주목되는 점은 수도권에서도 큰 지진이 다수 발생한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만 지진 규모가 5.3~6.8로 평가되는 지진이 6차례나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했다. 수도권 뿐 아니다. 동해 지역도 주목된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울릉도와 동해안 사이의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2004년 규모 5.2의 울진 앞바다 지진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이 곳은 내륙과는 60 k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 규모 6정도의 지진이 이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동해안 지역에서는 진도 7 이상의 지진피해가 예상된다. 원전 등 많은 사회 기간 시설이 동해안에 위치함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백두산 화산 분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백두산은 기원전 5000년, 4000년경과 기원후 946년, 1668, 1702년 등 수차례 폭발한 전력이 있는 화산이다. 가장 최근에는 1903년에 분화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서기 946년 분화는 인류 역사속에서도 가장 큰 화산 폭발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당시 분출한 화산재와 화산쇄설물양은 96-120 km3에 이른다. 당시 화산재는 동해를 가로질러 일본 열도 북부 홋카이도 지역에 5 cm가 넘는 퇴적층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간의 여러 차례의 폭발로 백두산 정상부에는 지름 5 km의 분화구가 형성되었고, 분화구 내에는 최대 수심 370 m, 담수량 20억톤의 거대한 천지가 만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2년 여름에는 하루에 30회의 지진이 관측되는 등 화산성 지진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지각 내에 지진파 저속도층이 관측됐다. 백두산 정상부가 매년 평균 3 mm 씩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관측되기도 하였다. 또한 맨틀에서 기원한 가스가 관측되고, 80°C에 이르는 뜨거운 온천수가 백두산 정상부에서 꾸준히 관측되고 있다. 이런 특징들은 백두산 화산이 활화산이며, 분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음을 의미한다. 최근 국민안전처 발표에 따르면 백두산에서 화산폭발지수(VEI) 7의 분화가 있는 경우, 우리나라가 입게 될 경제적 피해규모가 11조원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근에서 발생하는 큰 지진은 화산 활동을 촉발하기도 한다. 한반도에서 증가하는 지진 활동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또한 백두산으로부터 120 여 킬로미터 떨어진 풍계리에서 행해지고 있는 북한 핵실험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핵폭발에서 발생하는 강한 지진파는 백두산 아래 마그마방 내에 큰 응력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 결과 마그마방내에 기포가 발생하고, 화산 분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규모 7가량의 지하 핵실험을 하면 백두산 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진과 화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 수도권 지역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수도권 지진 유발 단층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소 지진 탐지와 인공 위성을 활용한 지표 변위 조사를 통해 잠재적 단층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지역 지진 유발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확인하고, 지진재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두산 조사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3국 정부간 협력과 민간 협력을 위한 다양한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지 모를 지진과 화산 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