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SH분양원가 공개 시사
62개 분양 원가 항목에서 설계 내역서 및 도급·하도급 내역서 등 추가 공개
시장 통제 수단으로 활용…공급 감소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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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에서도 시행한다면 부동산 시장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10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SH가 지난 14년 간 아파트 분양으로 챙긴 이익이 3조 1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 시절 SH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자 시절 페이스북을 통해 "SH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국내 최초 아파트 후분양제는 이미 15년 전 제가 서울시장에 취임했을 때 발표해 시행했던 정책"이라고 설명하며 SH분양원가 공개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H는 오는 6월부터 현재 62개 분양 원가 항목에서 설계 내역서와 도급·하도급 내역서 등 세부적인 사안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아파트 등 분양주택 원가 중 일부인 택지비, 공사비, 간접비 및 그 밖의 비용 등 62개 항목을 공개하는 제도다. 건설업 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분양가 상승을 억제해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2007년 도입됐다.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축소·폐지와 시행·강화를 오갔다.
건설업계 내에서는 SH의 분양원가 공개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SH가 분양원가 범위를 확대 공개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민간 건설사에까지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이 먼저 분양원가를 공개하게 되면 민간도 이를 따라갈 소지가 충분히 있지 않느냐"며 "무엇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제도가 있고, 분양원가 공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어 분양(공급)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간은 공공이랑 다르게 봐야 한다"며 "분양원가 자체만으로 가치를 매기기가 애매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설사마다 브랜드값이 있고 자재, 마케팅 비용, 기술 개발, 시공경험과 노하우, 기술력 등 투입하는 자금도 있는데 분양원가를 절감 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건설업계 전체가 발전보다는 도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민간 건설사의 분양원가 공개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에도 시행하면 부동산 시장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중복규제 또한 문제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 HUG의 고분양가 심사 등 규제를 적용받는다. 분양가 과다 측정이 구조적으로 어려우며, 규제 간 계상 항목 역시 제각각이어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민간 건설사가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해 폭리를 취하기는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분양원가 공개가)목적과는 달리 시장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며 분양·인허가 물량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첩된 현재 규제 상황에서는 분양가의 과다책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당초 목적인 분양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분양원가 공개제도의 필요성 자체를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전면 철폐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지자체에서 실시한 원가 적정성 심의 결과를 수분양자에게 고지하는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son90@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