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반도체 벨트’ 정부 전방위 지원···세계 최대 공급망 시도
기술 격차 통해 패권 경쟁 대응 차원···지속가능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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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이미지. |
정부가 직접 나서 ‘반도체 벨트’를 구상한 데는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는데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1월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발효했다. 이어 3월에는 반도체 제조시설에 약 500억달러(56조 5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행보도 적극적이다. 중국은 ‘제조2025’를 통해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반도체 내재화 노력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백악관 회의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연이어 초대해 노골적으로 ‘반중국 노선’을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백악관에 연이어 초대받고 있다. 반도체가 ‘전략무기’로 부각되면서 반도체 경쟁이 기업 중심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된 셈이다.
격화하는 반도체 경쟁에서 통큰 투자를 결정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 TSMC는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 투자를 발표했고,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 진출을 위해 200억달러(약 22조원)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하며 9년째 수출 1위를 유지 중이다. 한국은 최근 20여년간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입지는 구축했지만,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K-반도체 벨트가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지속가능성’이 될 전망이다. 정부 뿐 아니라 기업들도 의지를 가지고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단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투자와 신성장²원천기술 투자로 나뉘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기업 대상 세액공제에 ‘핵심전략기술’ 분야를 최상위 단계로 신설하기로 했다. 여기에 EUV 등 반도체 기술을 포함시켜 공제율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전략기술의 R&D 투자 공제율은 대·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로 기존 대비 10%포인트(신성장·원천기술 기준) 높아진다.
정부는 또 2023년까지 총 1조원+α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해 반도체 설비투자를 지원한다. 반도체 기업의 대출에 대해 5년 거치·15년 분할상환 조건에 1%포인트의 금리를 감면해준다. 이와 함께 반도체 기반시설 지원책도 마련했다. 평택·용인 등지에 있는 반도체 팹의 안정적 가동을 위한 10년치 용수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핵심전략기술 관련 반도체 제조시설의 전력 인프라 구축 시 정부와 한전이 분담해 최대 50%를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기업과 협회가 그간 정부에 꾸준히 요청해왔던 ‘투자 세액공제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 등이 지원책에 포함된 점이 특히 부각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지난달 정부에 ‘반도체 산업 발전 건의문’을 제출하고 50% 수준의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핵심전략기술’에 한해 기업 규모에 따라 연구개발 투자 최대 40~50%, 시설투자 최대 10∼20% 규모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부족하지는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눈앞에 닥친 문제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의 반도체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개발까지 10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 안전성이 중요해 공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시설투자, 개발, 제품 양산 등에 5~10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K-반도체 벨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국회,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안 제정을 통해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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