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원전 역주행 가속화…원전 의존 갈수록 높아져 모회사 한전 먹여살리는 한수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19 13:25

- 공적 역할로 허리 휘는 한전 및 발전 공기업 존립위기…탈원전 재고 목소리



- 원전 이용률 올 1분기 77.6%…작년 동기 73.8%, 작년 연평균 75.3%보다 높아



- 화력 발전 5사가 탈석탄으로 까먹는 수익 한수원이 원전 가동 수익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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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원자력발전 이용률 추이(단위 ; %) *2021년은 1분기 기준.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탈원전 역주행이 가속화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낮추겠다는 정부 탈원전 정책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셈이다.

한국전력 산하 6개 발전 공기업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이런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6개 발전 자회사 중 원전 중심 사업을 펼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170% 가까이 늘었다. 반대로 나머지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석탄화력발전 5사 전체 영업이익 규모는 8% 넘게 줄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의 영업이익 규모는 나머지 발전 5사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것의 1.6배에 달했고 한전의 연결기준 전체 영업이익을 크게 웃돌았다. 한수원이 한전 전체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한수원의 원전 발전 없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고사하고 이를 비롯한 각종 공적 사업을 수행하는 한전 및 발전 공기업 전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18일 한수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7.6%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73.8%, 지난해 연평균 75.3%보다도 더 높은 수치다. 원전 이용률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71.2%로 출발,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이 본격화한 2018년 65.9%로 저점을 기록한 뒤 2019년 70.6%, 지난해 75.3%, 올해 1분기 77.6%를 기록하는 등 줄곧 상승세다.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계획기간 2020∼2035년)과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계획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았다.

원전 의존도가 이처럼 높아지면서 한수원 1분기 영업이익은 875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5500억원(169%) 늘어났다. 반면 석탄화력 발전 5사의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544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20억원(-8.4%) 줄었다. 한수원의 1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화력발전 5사 전체 영업이익의 1.6배에 달한다. 모회사인 한전은 1분기 전력판매 부분에서 1조원대 손실을 봤음에도 연결기준 영업이익 5716억원을 기록했다. 한수원의 영업이익이 연결기준 한전 전체 영업이익보다 3038억원이나 많았다. 한전이 전력판매에서 손실을 본 것과 석탄화력 발전 5사가 탈석탄으로 까먹는 수익을 한수원의 원전 가동 수익으로 대체하는 형국이다.

이에 에너지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이제라도 탈원전 정책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2080억원과 1조3566억원 적자를 봤지만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는 저유가와 원전 이용 확대로 흑자를 기록했다"며 "그린뉴딜은 물론 코로나19 이후 발생할 산업침체, 경기침체,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도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등의 방향으로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원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분야 SMR(소형모듈 원자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SMR 분야나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원전 폐기 시장 같은 것도 한미가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탈석탄·탈원전을 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가 80% 이상의 비중이 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친원전대 반원전, 친신재생대 반신재생과 같은 일차원적이고 비생산적인 이념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탄소중립, 에너지안보, 경제 등을 열린 마음으로 과학적 시각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이라도 시급히 재개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정부는 국내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높은 원전 밀도와 지진 위험성, 사용후핵연료 문제, 국민 수용성, 외부비용에 따른 경제성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말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미래 원전수출 시장에 대응하고, 원전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연구는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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