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퇴짜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잇달아 미끄러지자 안전진단 과도하게 까다롭다 ‘불만’
"안전진단에서부터 막히면 신규 주택 공급 물량 감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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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하늘이 맑아 용산과 목동 등 서쪽 지역이 선명하게 보인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으면서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안전진단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지며 지나치게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안전진단의 벽을 넘지 못하는 단지가 계속 발생할 경우 민간 주택공급 확대에도 적신호가 켜질 우려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 9단지가 2차 안전진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고덕주공 9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결과 유지보수 판정인 C등급(62.70점)이 나왔다고 강동구청에 통보했다.
해당 단지는 2018년 2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으며 지난해 12월 1차 정밀안전진단(민간기관)에서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51.29점)을 받았다. D등급의 경우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이어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일부 단지에서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목동 9단지와 11단지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진행이 멈춘 상태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서 적정성 검토를 넘긴 곳은 총 14개 단지 중 목동 6단지 1곳뿐이다. 특히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54.14점)을 받았지만 적정성 검토를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정성 검토 단계를 넘기지 못한 단지가 많이 발생하면서 안전진단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주택의 노후·불량 정도에 따라 구조의 안전성 여부, 보수비용 및 주변여건 등을 조사해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첫 단계다.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은 이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아파트가 노후화됐음에도 재건축을 승인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2018년 3월 주거환경(40%→15%)보다 구조안정성(20%→50%)을 중점에 둔 방식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2018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지역 아파트 단지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6단지 △마포구 성산시영 △도봉구 삼한 △서초구 방배삼호 △여의도 목화아파트 등 5곳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30~40년이 넘은 건물 노후화로 거주 여건 등 실생활 질까지 떨어지는 상황인데 안전진단 기준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건물이 아무리 노후화 됐어도 건물이 무너질 정도가 아니라면 재건축이 불가능한 지경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에 안전진단 기준 개선을 건의한 바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주택정책 협력 강화방안 간담회를 열고 도심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와 관련해 시장 안정세를 지켜본 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은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한다는 대원칙에는 공감했느냐는 질문에 "확대 해석이다"며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시장 내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전이 없고, 속도가 붙지 않으면서 오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첫 단추인 안전진단에서부터 막히면 장기적으로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이 감소할 우려가 생긴다"며 "특히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기도 앞당겨지는 규제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son90@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