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불안에는 과도한 수요 억제가 이유"
공공분양 중 15만호 '반값', 나머지 15만호 '반반값'
"공공주택 취지는 좋으나, 사업성은? 현실성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신진영 기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경선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여야 주요 대권 주자들은 자신만의 정책 홍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경선 연기 문제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6선에, 국무총리와 국회의장까지 지냈지만, 당내 ‘빅3’ 중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비해 지지도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출마 선언식에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사회 내 불평등의 원인은 시작도 끝도 경제"라며 "격차 없는 임금과 일자리도, 주거안정과 국민의 편안한 삶도 강한 경제 없이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특히 부동산을 "국민의 박탈감을 유발하는 자산 격차의 시작"이라고 지적하며 ‘공급 폭탄’을 예고했다.
정 전 총리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주택정책 기자회견에서 "수요 억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영끌’과 ‘패닉바잉(공황매수)’ 속에는 신축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과 민간 합쳐 총 280만호를 짓겠다고 공언했다. 2·4 대책과 3기 신도시 등으로 150만호,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공공분양주택 30만호다. 공공분양주택 중 15만호는 시세의 50%(반값), 나머지 15만호는 25% 수준(반반값)에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전 총리의 공급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반값’, ‘반반값’ 아파트이다. 정 전 총리는 "반반값 공공분양주택 15만호는 10년에서 20년까지 분할 납부하는 지분적립형 ‘반반주택’으로 공급하겠다"며 "분양 시점에서 공급 가격을 확정하고, 초기 납부액은 공급가격의 25%로 책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반값 아파트’는 집값의 25%만 내고 살면서 천천히 갚아가면 되지만, 10년이라는 의무 거주 임대 기간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분양 초기에만 금액을 조금 내라는 것"이라며 "절대적으로 그 값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건 거짓말"이라며 "계속 아파트를 그런 식으로 공급하면 결국 시세차익을 서민들에게 자꾸 노리게 하는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결국 사업성의 문제"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반값 아파트나 반반값 아파트 취지는 다 좋으나 실질적으로 돈을 누가 대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지난 18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완화 당론과 관련해 그는 "집값 안정이 실현될 때까지 현재의 부동산 세제는 원칙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고심은 이해하나, 지금은 가격안정이 우선"이라며 "가격이 안정되는구나 하는 시점에 세제·금융합리화를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의견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맞는 얘기"라면서 "정부가 집값을 자꾸 올려놓았는데, 그런 문제는 제대로 보지 않은 채 1주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국장은 당정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에 "정부는 대선용 표심만 노리려는 이런 행보는 집값을 내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부동산 세제는 원칙에 의해서 운영돼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 향방에 따라 가변적인 것은 좋은 의미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수석연구원은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이라는 부동산 세제 원칙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yr29@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