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40년 모기지론 도입… 서울에선 '그림의 떡’

김기령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22 15:46

서울 거주 청년·신혼부부에40년 모기지론은 ‘무용지물’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 9억원…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 전체의 15% 불과
40년 동안 한 집에 사는 입주자도 없어… 실효성 의문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서부인터빌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6억원 이하 아파트 전경. 이 아파트는 지난달 19일 매매가 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다음 달부터 청년과 신혼부부는 집을 살 때 40년 만기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출 적용 기준이 6억원 이하 주택으로 제한되면서 서울에서는 ‘그림의 떡’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다음달 1일부터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이내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년 초장기 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대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30년 만기 대출 상품보다 상환 기간을 10년 늘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매월 원금 상환액 부담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신혼부부에게는 40년 모기지론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40년 모기지론을 이용해 대출을 받으려면 주택 가격 기준이 6억원 이하인데 지난 5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 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도 전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40년 모기지론이 서울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부동산114에서 제공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구간별 비중’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내 6억원 이하 아파트는 18만 2487가구다. 전체의 14.9%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 아파트는 40만 5949가구로 전체의 33.2%에 달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30만 930가구로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가격이 9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전체의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경희 부동산114 과장은 "서울 내에 9억원 초과 주택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찾기 힘든 것은 맞다"며 "40년 모기지는 서울보다는 수도권이나 지방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용 59㎡ 미만의 소형이거나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두산아파트는 2년 전인 2019년 5월 전용면적 59㎡(8층)가 5억 7500만원에 매매됐지만 지난 달 같은 면적(7층)이 8억 3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2년 새 3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북아현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 중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은 거의 없다"며 "교통이 편하고 수리돼 있는 집은 8~9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9억원 이하 주택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적격대출도 마련된다. 하지만 총량이 적어 한도 소진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초장기 모기지에 대한 무용론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대출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한다고 해도 집을 팔고 이사를 가는 경우에 대출금을 바로 다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40년 동안 한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모기지론 자체가 넓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많은 미국에서 가져온 제도라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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