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죽음의 계곡’ 넘게 벤처 정책 점검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01 09:43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윤덕균 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현재와 같은 코로나 펜데믹 환경하에서 한국 경제의 희망은 벤처다. 벤처는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혁신의 꽃을 피운다. 벤처는 한국 사회의 최대 과제인 2030의 실업 문제를 해소하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대기업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이 높을 수도 있다.

그런데 벤처는 성공 확률이 지극히 낮다. 그래서 벤처(모험 자본)라고 부른다. 벤처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의 성공 확률은 0.03%다. 1년에 60만 개 기업이 창업하는데 기업 공개에 성공하는 기업은 20개 내외다. 무수히 많은 벤처가 새롭게 생겨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업체가 사라진다. 한국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역동적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2016~2020년) 벤처투자 금액은 2조 1503억 원에서 4조 3045억 원으로 100.2% 증가했고,

투자 건수는 2361건에서 4231건으로 79.2% ,피 투자기업 수는 1191개에서 2130개로 78.8% 각각 늘어나는 등 괄목한 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얼마전 발표한 ‘2020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 에 따르면 한국 기업가정신 지수는 44개국 중 9위로 뛰어올랐다. 2020년 벤처 기금 결성액이 6조6000억 원에 달해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제2의 벤처 붐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만큼 양적인 성장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벤처 창업의 질적 문제다. 창업기업 5년 차 생존율은 29.2%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생존율이 낮은 것은 벤처가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에서 60%가 좌초하기 때문이다.

설혹 데스밸리를 넘으면 이번엔 다윈의 바다에 이른다. 벤처의 험난하고 치열한 창업 생태계를 미국 캘리포니아의 죽음의 계곡에 비유하기도 하고 악어와 해파리 떼가 가득한 호주 북부 해변인 다윈의 바다에 비유하는 이유이다.

벤처의 성장곡선을 보면 초기 3년을 씨앗이라는 뜻의 시드 단계가 있다. 이때는 친지들로부터 소액투자를 받는다. 또한, 정부의 창업 지원이 집중되는 시기이다.

창업 5년 후에는 성공적으로 제품이 개발되고 매출이 생겨 흑자 전환기가 된다. 이때는 성과가 가시적이기 때문에 VC(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는다.

그런데 시드기와 VC 투자 중간 기간인 3~5년 사이에 초기 자금이 바닥나고 정부 지원도 끊기고 VC의 투자 유치도 어려운 데스밸리에 빠진다. 그렇다고 국가가 데스밸리 단계의 모든 벤처를 구원할 수는 없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첫째, 산업기능 요원 병역특혜 제도 등을 통한 인재를 수혈하는 것이고 둘째는 데스밸리에 빠진 벤처에 에인절의 투자나 크라우드 펀딩을 유도하는 길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벤처가 다수 개인투자자(crowd)로부터 투자받는 방식이다.

최근의 SKIET 공모주 청약증거금이 80조에 달할 만큼 시중의 유동성은 넘치고 있다. 그것은 벤처가 투자의 경제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투자 유치가 어렵지 않다는 입증이다.

보석감정서와 같이 기술 감정서가 물적 담보를 대신하여 금융기관에 기술담보로 제공되는 것이 곧 데스밸리 단계의 벤처의 살길이다. 그래서 객관적 기술평가에 대한 벤처의 목마름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기술평가 시스템은 기술신용평가사(기술보증기금), 기업기술가치평가사(한국기업·기술가치평가협회), 기술거래사와 기술사업가치평가사(한국기술거래사회), 기술사업평가사(한국기술사회) 등 사분오열되어 있어 공신력이 필요하다. 데스밸리 단계에 있는 벤처에 필요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 기술평가를 선결과제로 기술보증·기술담보·기술거래·기술사업화를 위한 지원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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