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도 넘치면 자만"…크래프톤 IPO간담회, '고자세'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26 15:40

장병규 의장 "다른 게임사와 비교말라...우리 롤모델은 삼성전자"



배동근 CFO "공모가 고평가 지적은 일부시각 오히려 저평가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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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26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진행,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따른 향후 성장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배동근 CFO, 김창한 CEO, 장병규 의장(왼쪽부터)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자신감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이룬 성과가 대단한 게 맞고, IPO(기업공개) 간담회가 그 걸 뽐내는 자리는 맞지만, 아직까지 IP(지식재산권) 하나에 의존하고 있고 나머지 IP의 흥행 여부는 불확실한 게 팩트이지 않나."

26일 크래프톤이 개최한 IPO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크래프톤 주요 경영진은 회사의 독보적인 가치를 소개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자신감을 넘어 너무 호들갑을 떤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창업주인 장병규 의장은 크래프톤에 대해 "네이버와 카카오,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이 하지 못한 일을 하는 회사"라며 비교 대상으로 삼성전자를 언급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3N 등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면서도 인도 시장에는 감히 진출하지 못했지만, 크래프톤은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안착했다는 설명이다.

장 의장은 "어느 누구도 인도 시장을 두드리지 않는다. 크래프톤이니까 도전하고 두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한국 시장만 바라봤다면 지금의 기업 규모 이루었겠나"라며 "크래프톤은 글로벌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한 회사고, 크래프톤에 투자하는 것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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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6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크래프톤의 향후 성장 전략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크래프톤의 이같은 ‘고(高)자세’는 주요 경영진의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김창한 CEO(최고경영자)는 크래프톤이 차기 IP(지식재산권)로 키우고 있는 ‘눈물을 마시는 새’를 ‘한국판 위쳐’라고 평가하는데 대해 "‘눈물을 마시는 새’ 팬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쳐’는 글로벌 게임 개발사 CDPR이 만든 시리즈물 게임으로, 폴란드 소설 ‘위쳐’가 원작이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제작돼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크래프톤이 게임 개발을 진행 중인 ‘눈물을 마시는 새’ IP 역시 원작은 판타지 소설이다. 크래프톤이 해당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눈물을 마시는 새’는 줄곧 ‘위쳐’와 비교 선상에 올랐다.

이날 김 대표가 ‘위쳐’ 대신 꺼내든 비교 대상은 ‘반지의 제왕’이다. 김 대표는 "‘반지의 제왕’ IP가 소설에서 게임으로, 영화로 확장한 것처럼 ‘눈물을 마시는 새’를 키워낼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자세의 정점은 배동근 CFO(최고재무책임자)의 발언이었다.

배 CFO는 최근 투자업계 안팎에서 불거진 ‘공모가 거품 논란’에 대해 "고평가라는 지적은 일부의 시각이며 오히려 저평가 됐다는 일부 평가도 있다"라며 "어떤 시각에서 크래프톤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의견은 다를 수 있어서 (고평가) 지적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가로 주당 45만8000원~55만7000원을 제시했다가 금융감독원이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공모가를 5만원 낮춘 바 있다.

당초 크래프톤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외 대형 게임회사 7곳과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을 제시했으나, 이후 정정 신고서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업체 4곳만 들어갔으며 월트디즈니 등은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도 결국 흥행 산업이다 보니 제조사와 같은 기준으로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라며 "일단은 회사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 시장과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가 IPO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크래프톤은 공모를 통해 얻은 자금의 70% 가량을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공모 금액은 4조3098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이다.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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