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낮지만 ‘LNG·SMP 등 에너지 가격 급등’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 변수 재부각…수입 의존 구조 한계 노출
정부 비축유·가스 재고 점검 속 시장 불안 심리 확산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이 발생한 후 하늘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에 따른 에너지 업종별 영향, 정유·가스·전력 시장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에너지 시장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국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변수는 국제유가 움직임이다. 중동 지역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실제 공급 차질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불안 심리가 확대되며 유가가 선제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자체가 곧바로 수입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이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물리적 봉쇄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선박 보험료 상승과 항로 우회가 현실화되며 에너지 도입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중동 위기 때도 실제 공급 중단보다 운송 비용과 시장 불안이 먼저 가격을 밀어 올린 사례가 반복됐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때문에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발생하면 실제 봉쇄가 없더라도 운임 상승, 항로 우회, 보험료 급등 등이 동시에 발생해 사실상의 공급 비용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과거 이란-미국 갈등 국면에서도 물리적 수송 차질보다 가격 급등이 먼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 역시 '공급 위기'보다 '가격 충격'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기 계약 구조가 많은 한국의 특성상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제 현물 LNG 가격이 상승하면 아시아와 유럽 간 물량 확보 경쟁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겨울철이나 수요 변동기에 국내 가스 조달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 시장 역시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LNG 가격 상승은 전력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 상승과 한전의 전력구입비 증가로 연결된다. 최근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던 한국전력에도 다시 비용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종은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부담이 확대되며 제조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 위험이 '공급 부족'보다는 '가격 충격'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물량이 끊길 가능성보다 시장 심리 변화가 가격을 움직이는 국면"이라며 “중동 긴장이 장기화되면 에너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에너지 안보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원유와 가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에너지 가격과 산업 비용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인 수급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충분한 비축 물량과 공급선 다변화 체계가 일정 수준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일회성 충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 조달 전략과 전력·가스 시장 안정 정책 전반의 재점검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