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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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
무엇보다 전력생산에 필요한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자력 발전 비중이 감소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가 이를 온전히 대체하지 못해 ‘브릿지’ 전원으로서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의 비중이 대폭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전원별 발전량 비중은 문정부 출범 해인 2017년에는 원자력 30.3%, 석탄 45.3%, LNG 16.9%, 신재생에너지 4.4%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에는 원자력 29.0%, 석탄 33.9%, LNG 20.3%, 신재생에너지 5.6%로 변화됐다. 원자력과 석탄은 줄고 LNG는 늘었다. 이러한 발전비중 변화에 따라 발전 부문 LNG 사용량은 2017년 816만톤에서 지난해에는 1014만톤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천연가스 가격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유가 급락으로 잠시 낮아지기도 했으나 유가 회복에 따라 다시 크게 올라 LNG 연료비 부담은 그만큼 늘게 됐다. 미국의 대표적 천연가스 현물가격인 헨리 허브(Henry Hub) 가격은 이달 23일 4.06달러로 지난해 최저치의 3배 이상으로 올랐다. 연료비 증가에 따른 전력구입비 증가로 한국전력은 최근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건의했으나 거절당해 연료비 증가분을 스스로 떠안게 됐다. 그러나 연료비 증가는 언젠가 소비자에게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국가 에너지 비용을 늘린 두번째 요인은 원전 이용률 하락에 따른 발전원가 상승이다. 다른 발전원에 비해 고정비용 비중이 큰 원전은 설비이용률이 낮아질수록(높아질수록) 발전 비용이 급격히 높아지는(낮아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이용률은 2008년에 93.6%로 최고치를 기록한 적이 있으나 2018년에는 65.9%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이용률이 75%대로 회복됐지만 경제성을 제대로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더구나 7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1조원 가량을 들여 주기기를 15% 이상 제작중이던 신한울 3·6호기의 건설을 중단한 것도 큰 비용부담 요인이다.
셋째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자본비용은 낮은 설비이용률을 감안하면 발전량 대비로는 원전보다도 많이 들어간다. 여의도 면적의 13배 되는 새만금 간척지에 280만 kW의 태양광 패널을 6조원 이상 투입해 깔겠다고 하지만 태양광 이용률 15%를 고려하면 고작 40만여 kW의 전력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이는 1조원이 채 투입되지 않는 90만kW 용량의 가스복합화력발전기를 절반 이하의 가동률로 돌리는 정도의 전력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 차원에서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릴수록 그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가스발전이나 양수발전 설비도 더 늘려야 하고 계통연계·안정화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설치 필요성도 더 높아지므로 이를 고려한 시스템 균등화발전단가(System LCOE)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넷째는 국내 기업들의 환경비용 부담 증가다. 탈원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기업들의 배출권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5년 1월 12일 이산화탄소 톤당 8640원선에서 출발한 우리나라의 배출권 가격은 2019년 12월 한때 4만원선을 돌파할 정도로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배출권 수요가 줄면서 한 때 2만원 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경기회복에 따라 다시 상승하고 있다. 유럽 배출권거래시장(EU ETS)의 배출권 가격이 최근 톤당 50유로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 배출권 가격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또한 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발전의무제도(RPS) 비율을 이전 정부에 비해 대폭 상향조정함으로써 전력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구입 비용도 크게 늘었다. 이밖에 원전 수출 기회를 상실하거나 원전 기술을 사장시킴으로써 입는 국가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비용이 이처럼 큰 만큼 이 정책은 당장이라도 수정해야 마땅하다. 요즈음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예비율이 하루 하루 위태위태한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원전의 역할은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정부가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선언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때다.